주말경쟁력을 높여라 - 인생의 3분의 1, 주말경영법
공병호 지음 / 해냄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어제 돌잔치를 다녀왔습니다. 아기가 집은 걸 맞춰서 받은 상품인즉
공병호의 "주말 경쟁력을 높여라"라는 책이었네요.

오는 지하철에서 두껍지도 않은 책이라 적당히 목차와 내용을 훑다가
그냥 내리는 지하철역에서 쓰레기통으로 던졌습니다.
선물로 마련한 이에게는 대단히 죄송하지만요.

아내는 선반위에라도 올려놓지 그러냐고 했지만, 제 생각에는
이 책은 다른 이에게 읽히면 오히려 해가 될 책이니 쓰레기통으로 가는게
당연한 대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내용인즉, 주말을 허송세월하지 말고 자기개발에 쓰라는 책인데,
뭐, 여기까지야 많이 듣던 이야기시겠죠.

늦잠자지 마라. TV로 허송세월하지 마라. 주말 앞두고 술먹지 마라.

TV 보고 있는 주말 생활은 저도 별로 권장하고 싶진 않지만, 그 나머지들은
별로 공감이 가지 않습니다. 늦잠...일주일 내내 정시출근에 대한 살인적인
강박관념을 가진 직장인들에게 그 한 번의 일탈은 단순한 피로회복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걸 그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흡사 그건 고등학교때의 수업 땡땡이같은 겁니다. 사실 직장인들은 거의 
중학교 이후 비슷한 억압체계속에 있는 셈이죠. 특히 남자들에게는
학교, 군대, 직장은 동일한 곳입니다. 누군가 상급자가 있고, 그들에 의해
규정된 규칙을 준수해야 하고, 철저한 시간통제와 휴식을 죄악시하는
가치관을 주입받고 있죠.

늦잠이라는 것은 모든 직장=군대=학교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것이지요.
상급자의 통제도 무시하고, 정시기상이라는 규칙도 어기고, 시간통제도
어겼지요, 뭔가 해야 할 시간까지 쉬고 있죠...
그 한 번의 일탈이 사람들의 끊어질 것 같은 긴장에 주는 효과를 그가
알 리가 없죠. 그는 그걸 당연히 여기고 사는 사람이니까요.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전 늦잠예찬론자이고, 게으름이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저 위의 이야기들에 결코 동감할 수 없죠. 
그래도 여기까지는 가치관의 차이라고 인정해 줄 수 있겠지만...

이 책이 가장 막나가는 부분은 여기입니다.
"주말에 가족에 충실해야 한다는 착각을 버려!"

공병호에 의하면 가장(네, 그는 여성 직장인들은 아예 논외입니다)이
가정에 가장 충실하는 태도는 집안 사람들 먹여살릴 돈을 벌어오는
것입니다.

그럴려면 주말에 쓸데없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답시고 허송세월하느니
자기개발에 투자해서 직장에서 더 성공하는 거죠.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무시하고 지독하게 살아온) 예를 들면서 
이러한 논리를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자, 길게 반론할 생각도 없습니다. 간단하게 묻죠.
공병호씨, 그렇게 살아와서 성공했수?
처절하게 한 번 밟아드리죠.
당신 경력을 한 번 검색해 봤습니다.

당신의 가장 빛나는 커리어라고 할 30대에 이룬 자유기업센터 소장.
그게 당신이 성실하게 살아서 성공한 걸까요?
다들 진보적인 경제관을 이야기할때 혼자 극우적인 경제관을 요란하게
떠든 덕에 전경련에서 만든 산하단체 소장이 되었던 거지요.

그 이후 당신의 행보는 과연 성공한 걸까요?
전경련에서 분리하자마자 자생력 없는 자유기업센터에서 쫓겨나고,

인티즌 사장 하다가 말아먹고 1년만에 나갔고(결국 망했죠) 

무슨 벤처기업한다고 신문에 여기저기 나더만 어찌되었나 봤더니
1년도 못하고 조용히 문닫았군요.

그 다음엔 뭐했을까요? 바로 이런 처세술책을 마구 쏟아내며 입에
풀칠하며 살아가고 계십니다. 2001년 10월에 무슨 공병호 경영연구소 
라는 걸 만들었는데 인물정보 보니 자기 집이군요!

여기서 2001년 10월 이후 낸 책이 무려 37권! 평균 한달에 한 권씩
책을 내고 계신 셈이죠. 아무리 달필이라도 이래서야 제대로 된 책이
나올리가 없죠.

아하~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쓰신 의도를.

그렇게 열심히 주말동안에도 책써야 먹고사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다
보니 결국 이 아이템으로도 책 하나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렇지만...제발 당신의 실패한 인생관을 남에겐 좀 강요하지 마세요.
오늘도 열시에 일어난 저는 주말을 천천히 가족과 즐기며 살아가려 하는데,

당신같은 이가 쓴 책때문에 삼십분이 넘게 컴퓨터 붙들고 이러고 있쟎아요.
자, 이제 그만하고 전 가족들한테 갈렵니다.
당신은 또 서른여덟번째 책이나 쓰세요. 내용이야 적당히 짜집기 한다쳐도
이젠 제목도 더 만들게 없을텐데 참 고민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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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5-05-11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marine 2005-06-1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먹고 살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책을 만들어 내고 있더군요

sayonara 2005-07-1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늘 공병호씨의 책이 불만스럽고 그 얘기가 그얘기...했었는데, 진실은 저 멀리, 더 깊은 곳에 있었군요. 가장 확실한 '공병호표 책' 리뷰입니다.

ㅇㅇ 2006-10-15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병호의 경영사무소에서는 중고등학생, 그리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45만원짜리 강의가 하나 있습니다. 다녀왔는데 별로. 엄마가 되게 아까워 하시더군요. 기억나는건 식사뿐인데 왜 그렇게 난린가 했어요, 솔직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