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
버나딘 에바리스토 지음, 하윤숙 옮김 / 비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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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을 이 소설에 푹 빠져서 지냈다. 그저 압도적이다... 압도적으로 통렬하고, 압도적으로 재밌다. 작가들은 어떻게 이런 일들을 해내는 걸까? 삶의 비밀과 영혼의 뼈마디를 어떻게 이렇게 선명하고, 이렇게 아름답고, 이렇게 가슴 시린 언어로 포착하여 풀어놓을 수 있는 걸까? 마법같은 작품이다. 정말 훌륭했어, 정말 후울류웅한 소설이었어, 하는 말 외에 더 보탤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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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on’t find music consoling. I’m not sure I even love music. Sometimes I wonder if in fact I hate it, the way one hates a drug, or resents a weakness. It unsettles more than it satisfies, and increases the very appetites it is supposed to sate. At best, it is a distraction from things that are more painful in life. If we confuse its power with consolation, it is through sloppy thinking. (...) We think of music as consoling perhaps because it is so often the handmaiden to religion, amplifying our emotional response to religious ideas. But by itself music, if anything, makes us raw, more susceptible to pain, nostalgia, and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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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수면 패턴이 너무 엉망이 되었다. 어제는 기진맥진해서 퇴근하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는데, 자정쯤에 잠이 깨어서 아직까지 자리를 뒤척이고 있음😢 책도 읽다가 유튜브도 좀 보다가, 이젠 대화할 친구도 없는 시간이 되어버려서 북플에 들어왔다. 얼마 전에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는 이유로 sns 계정들을 다 정리했는데 잠 안오는 새벽에 혼자 주절거릴 공간이 없다는 단점이 생기기도 하는군...

지난 주에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경조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고 문진표를 작성하는데 모든 항목들에 ‘예‘를 답하는 나를 발견하고 무척 곤혹스러웠다. 그러니까...이게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기분, 예컨데 갑자기 에너지가 넘친다던가 수면욕이 감소한다던가 한껴 고양된 자신감에 도취된다던가 씀씀이가 헤퍼지는 등등의 일들을 겪지 않고 지낸단 것인가? (친구들이 ‘그렇다‘고 확인해주었다) 사실 나는 이게 병적이거나 위험한 증상이라고 생각을 해 본 적도 없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나는 십대 시절부터 이러한 경조증 삽화를 무수히 많이 겪어왔는데, 어린 시절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보니 경조증 상태의 자신을 우울증이 호전된 상태의 나, 병증에서 자유로워진 상태의 진정한 나라고 여기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질병과 분리된 나‘라는게 존재할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맘 한켠 어딘가에서는 ‘아프지 않을 때의 나는 쾌활하고 모험을 즐기며 친근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간이라고!‘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솔직히 아직도 경조증 증상들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인지 와닿지 않는다(씀씀이가 헤퍼지는것만 뺀다면 말이다). 경조증hypomania이란 애매한 용어 자체가, 인간의 정신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핀셋으로 하나 하나 분류해가며 ˝이건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기질이니 병증이야!˝하고 선언하는 정신의학과 제약회사의 농간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면이 있다. 경조증 삽화를 겪을 때의 나는 평소의 나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생산적이며 사교적인 인간이 되는데, 이런 기분을 마다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나는 지금도 경조증 삽화를 지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분별한 소비가 늘었으며 새벽 5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이렇게 혼자 열심히 중얼거리고 있으니까. 내 증상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킨들에서 앤드루 솔로몬의 그 유명한 벽돌책, <한낮의 우울>을 구매해서 읽어보기로 결심했는데, 어마어마하게 사들이고 있는 각종 이북들과 지난 주 사들인 킨들 기기가 ‘무분별한 소비‘ 목록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긴 하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으려다 번번히 중간에 포기하고 말았으나, 이번에야말로 경조증의 힘을 빌려서 완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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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06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sp 2021-03-06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얄라알라북사랑 님☺️ 고양이의 호기심이라니...너무 귀여운 표현이에요! 제가 이 글에서 쓴 ‘삽화‘란 정신의학 용어로, 어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시기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영어로는 episode라고 하는데, 저도 사실 딱딱하게 들리는 삽화 라는 표현보다는 에피소드 라는 표현이 더 와닿더라구요.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
 
Indignation (Paperback, Reprint)
Roth, Philip / Vintage Books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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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에 이어 세 번째로 읽은 필립 로스의 소설. 이제 나는 공식적으로 다음과 선언할 수 있다. 필립 로스는 소설의 신들 중 하나고, 나는 그의 소설을 책장의 도스토예프스키 섹션 옆에 꽂아넣을 것이다.
앞으로 그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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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해, 역사가 바뀌다 - 세계사에 새겨진 인류의 결정적 변곡점
주경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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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어떱게 세계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저자의 다른 책들과 대동소이한 내용임.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논하며 ‘과학과 인문학의 결합~‘ 운운하는 것은 넘 진부하고 손쉬운(성의없는?) 마무리처럼 느껴졌다. 뭐 무거운 학술서가 아니고 대중 강연을 지면으로 옮긴 책이지만. 쉽고 재밌게 읽히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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