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크리스천
데이브 톰린슨 지음, 이태훈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영국 성공회 신부인 데이브 톰린슨이 쓴 책. 원제는 How to be a bad Christian - and a better human being 으로, 나쁜(불량한)기독교인이면서 동시에 더 나은 인간이 되는 법에 대한 저자의 소고가 담겨져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리는 한 종교가 독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며 종교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교리를 핑계로 소수자들을 외면해온 교회의 편협함을 비판한다. 그는 교리를 엄격히 따르며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는 것은 기독교 신앙의 부수적 요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복음의 핵심은 하느님의 사랑이 무한하다는 것이며, 예수의 길을 따르는 크리스천이 된다는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톰린슨은 크리스천Christian 이라는 단어가 동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원래 예수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 길의 사람들‘이라 불렸다. 그들은 예수가 가르치고 몸소 보여주신 그 방식대로 사는 사람들이었다. 처음 예수를 따랐던 사람들이 어릿광대들처럼 예수님을 오해하고, 경솔한 말을 하고, 서로 다투고, 깨어 있어야 할 때 잠들고, 계속해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사실도 마음에 든다. 그래도 그들은 계속 예수를 따랐다. 이 사실이 내게 희망을 준다.˝

톰린슨은 이처럼 ˝비틀거리는 신앙˝을 가진 모든 이들을 ‘불량 크리스천‘이라 말하며 자신도 그 중 하나라고 고백한다.

기독교의 배타성과 편협함을 비판한 책들은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불량 크리스천>의 미덕은, 기독교 성직자가 일상적인 언어로 리버럴한 현대인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 있다. 다양한 인종과 정체성이 혼재하는 메트로폴리스 런던의 현장감이 생생히 와닿는 책이었다. 독서하는 내내, 왁자지껄한 펍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혹은 조용한 집에서 찻잔을 홀짝이며, ‘선량한 good‘ 성직자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적 지능(SQ)이나 애니어그램과 같은 유사 심리학적 내용만 없었다면, 거리낌없이 별 다섯개를 주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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