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동의하고 반쯤 반대하기도 하면서 탐독. 어떤 부분은 어색한 문장과 오타 때문에 가독성이 떨어져 읽기에 힘이 들기도 했음.개인적으로 1. 예수라는 인물의 도덕성 문제 (역사성이 아니라)2.시공을 초월하는 실재, 기독교적 신은 그 정의상 경험 될 수 없다는 것(우리의 경험은 시공의 한계 안에 있으므로)이 두 주제가 깊이 성찰 해볼만하다 생각. 개신교 가정에서 나고 자란지라, 종교에 대한 적의가 최고조로 불타올랐던 시기에도 예수라는 사내에 대해서 그다지 부정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기에 1의 관점이 흥미로움. 2에 대해서는 이미 수십년전 틸리히가 `하느님은 the ground of all being` 이라 정의했던 것이 힌트가 되어줄듯. 어찌되었든 종교적 체험과 연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주제임.그러나 러셀이 기독교-나아가 종교의 해악을 논박하는 과정에서 그것들의 악행과 악습만 선별적으로 나열해 놓은 것 같아 불만족스러웠음. 러셀은 책에서 때로 종교 그 자체가 원인이 아닌 인류사의 불행-예를 들어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같은-마저 최소한 종교(이 경우 기독교)가 그 잔인성에 한 몫 했다고 열정적으로 말하는데, 나는 그러한 사건들 속에서 종교(종교 권력과는 분리된 의미임)가 그 자체로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인간들의 욕망을 승인해주는 도구적 역할만 수행했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종교가 없었다고 해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간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뜻-_-; . 독실한 크리스챤이라면 거꾸로 참된 기독교 정신의 부재가 이런 악행을 불러왔다고 항변할지도? 사실 나는 종교가 사라지면 인류사의 모든 불행과 악습과 불평등이 사라지거나 개선될거라 생각하는 이들은 인간성을 지나치게 낙관하는 자들이라 생각함.아무튼 무신론자보다 오히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이들, 혹은 기독교적 지향성을 가진 불가지론자들(나같은)에게 일독을 권해보고 싶음. 현대적 무신론의 전형을 보여주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