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에서 싸게 팔기에 구매했는데... (몇 챕터 읽어보진 않았으나) 뻔한 얘기의 반복들일 것 같아 약간 실망하고 있는 중. 이 책의 한국어 번역판인 <좁은 회랑>의 알라딘 리뷰에 ‘좌익 성향 독자‘(?)에게나 맞을 법한 책이라는 황당한 글이 있던데 대체 책을 읽기나 한건지...거의 4만원 돈 되는 비싼 책 사놓고 남는게 ‘민중‘이라는 단어에 대한 알러지 반응 뿐이라면 진심 안타깝다...에휴...

이 책의 저자들이 논증하는 것은 영미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수성임. 효율적으로 기능하며 적극적으로 구성원들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정부와, 그 정부를 비판적으로 견제하며 행동하는 사회의 균형이 국가 발전에 어떻게 필수적인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상태의 국가를 홉스의 개념을 빌어 ‘족쇄 찬 리바이어던shackled leviathan‘이라고 부르며, 국가와 엘리트의 힘이 너무 비대한 사회(‘독재적 리바이어던despotic leviathan‘)나 아예 거꾸로 어떤 권력도 부재하는 사회(‘부재하는 리바이어던absent leviathan‘)와 비교했을 때 이 ‘족쇄 찬 리바이어던‘의 상태가 왜 훌륭한지 (도덕적인 측면에서뿐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효율성 측면에서도 그렇다) 논박한다. 책은 ‘독재적 리바이어던‘ 과 ‘부재하는 리바이어던‘ 사이의 좁은 공간을 ‘좁은 회랑the narrow corridor‘이라고 부르는데, 이 회랑에 계속해 머무리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 모두 계속 비등한 속도로 달려야(발전해야)한다. 저자들은 이것을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빌어 ‘붉은 여왕 효과the red queen effect‘라로 명칭한다. 당연히 이 ‘좁은 회랑‘은 비좁고 취약하며, 국가에 족쇄를 채우는 과정은 지난하고 수고롭다.

여기까지가 저자들의 핵심 주장인데, 보시다시피 엄청 신박한 얘기는 아니고 솔직히 좀 뻔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그리고 어느 기준으로 봐도 전혀 ‘좌익 성향‘은 아님;;;) 그러나 이 책의 미덕은 주장의 참신성이나 대담성이 아니라 풍부한 사례 제시에 있다. 이 두 저자는 유럽이나 동북아시아 중심에서 벗어나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폴리네시아 등등을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역사적 사례를 풍성하게 제시한다. 기본적으로 정치학을 다루고 있는 책이지만, 홉스의 리바이어던을 변주한 렌즈를 통해 살펴보는, 일종의 대안적인 세계사 책으로 읽어도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 대체적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음. 그러나 꼭 이런 분량이어야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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