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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책 + CD) - 좋은 우리 동시로 백창우가 만드는 노래 ㅣ 보리 어린이 노래마을 5
백창우 지음 / 보리 / 2003년 4월
평점 :
품절
달팽이는 / 달팽이는
집을 지고 다니는 / 달팽이는
집 볼 사람 필요 없네 / 자물쇠도 필요 없네
달팽이는 / 달팽이는
집을 지고 다니는 / 달팽이는
비가 와도 걱정 없네 / 저물어도 걱정 없네
가사와 리듬이 귀에 쏙 들어온 두 번째 곡 ‘달팽이’. 마침 작은 아이가 달팽이를 키우기 시작한 터라 더욱 귀에 쏙속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어디 이 뿐이랴. 줄맞춰 산보 가는 오리의 발걸음이 연상되는 ‘물오리떼’,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빨래의 펄럭임이 눈에 그려지는 ‘빨래’ 등 생생한 화면으로 쉽게 연결되는 노래가 많다.
‘좋은 우리 동시로 백창우가 만든 노래’라는 부제가 달려있는 노래집 ‘꽃밭’에는 모두 18곡이 수록되어 있다. 방정환, 이원수, 윤석중, 박목월, 정지용 등 이름을 들어본 유명한 시인들의 동시와, 권정생, 이오덕 등 지금도 활동하는 시인들의 동시도 있다. 아주 널리 알려진 동시들은 아닌지라, 이 시인이 이런 시를 썼구나 새롭게 다시 보는 계기도 된다. 이 책을 접한 후 권정생 씨가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 책에는 그의 유명한 동화 ‘강아지똥’을 풀어 만든 노래도 있다.
오리, 달팽이, 염소, 잠자리 등 동물을 노래한 시는 자연을 한층 가깝게 느껴지게 하고, 누가 더 큰가 공정하게 키를 대보고, 차돌이가 동네 의원 노릇을 한다는 노래는 아이들의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전반부의 노래들이 흡입력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리듬이 단순하여 한번 들으면 누구나 흥얼대면서 따라 부르기 쉬운 곡조, 그리고 때묻지 않은 풋풋한 아이들의 목소리 또한 듣는 이로 하여금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음악을 많이 보고 듣는다. 귀를 끌만한 동요가 없고, 일찍부터 가요를 흥얼거리는 아이들에게, 백창우의 음악이 그런 경로로 널리 보급되면 좋겠다. 피아노를 즐기는 우리 아이에게는 좋은 피아노 악보가 되는 동시에, 좋은 시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좋은 시 속에는 노래가 숨어 있고, 좋은 노래 속에는 시가 숨어 있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