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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렇게 키워라
바바라 마코프 지음, 오한숙희 옮김 / 가야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딸은 둔 엄마가 갖는 선입견 중 하나. 나도 딸이었기 때문에 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점이 아닐까. 그러나 딸을 키우며 다행히 그 자부심이 맞는다면 상관없지만, 예상과는 여러 번 빗나가는 딸의 모습을 만난다면 분명 당황하게 될 것이다. 내가 딸이었다는 점과 내 아이가 딸이라는 점은 어쩌면 완전히 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딸, 이렇게 키워라], 이 책은 몇 년 전에 번역된 여성학자 오한숙희 씨의 번역서로, 이번에 새롭게 나왔다고 한다. 책을 읽으며 여러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나는 어떤 유형의 부모인지 알려주는 대목에서 가장 느끼는 바가 많았다. 딸을 아들처럼 키우는 부모, 슈퍼 걸을 만들려는 부모, 딸을 지극히 여자답게 키우는 부모, 딸이 아들보다 낫다고 여기는 부모는 모두 딸이 ‘자기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정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혹시 나는 이런 부모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가. 저자는 ‘딸을 있는 그대로 보자’고 말한다. 딸을 있는 그대로 보려면 자신의 딸을 믿고 딸이 알아서 하게 맡겨야 한다. 어떤 행동이나 경험을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다 해볼 수 있는 재량권을 주라는 것. 그리고 딸이 가진 능력을 무시하지도, 타고 났다고도, 여자니까 더 우월하다고도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특히 딸에게 의존성을 가르치는 부모가 문제인데, 노심초사 형, 만능해결사 형, 만년 유모형이 있다. 이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할 딸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유형들로, 항상 ‘조심해’를 입에 달고 사는 누군가(!)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딸에게 위험을 강조하기 보다는 안전에 대한 수칙을 가르쳐주고, 역할 모델이 될만한 멋진 여자들을 찾고 보여주며, 외적인 아름다움은 두 번째라고 말하라. 딸이 태어나면서 시작되는 ‘뷰티 스쿨’의 수업 공식에서 내 딸이 자유로울 수 있도록 엄마는 얼마나 도움을 주었던가. 당장 거울과 체중계를 버리고, ‘예쁘다’는 말 이외의 단어들을 생각해내야 한다. 딸에게 멋진 외모와 좋은 성품을 일차적으로 기대하는 사회에서, 엄마와 딸이 헤쳐가야 할 일은 너무도 많은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무작정 답답하지만은 않은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적어도 부모인 내가 내 딸에게 의도하지 않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