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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그림 일기 - 김충경 할아버지의
김충경 글.그림 / 예림당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인 작은 아이는 엄마 아빠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매일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는데, 책을 읽고 나서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서 초등학교 때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를 때가 많다. 어렸을 적에 있었던 사건들을 떠올려 아이에게 들려주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나이를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데도 왜 그리도 그 사이에 변한 것들, 사라져버린 것들이 많은지!
이 책은 김충경 할아버지가 그림일기를 통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이다. 요즘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 나에게는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다. 교실마다 놓여져 있던 풍금, 학교에서 줄서서 하던 집단 예방접종, 가고 싶지 않았던 재래식 화장실은 나의 세대와도 기억을 공유한다. 그러나 한 세대의 간격이 있고, 농촌 경험이 별로 없기에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도 있다. 예컨대 책보, 돼지오줌통, 호박에 말뚝박기 등. 그럼에도 이 책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부모님들에게 들었던 기억이 나는 옛날이야기들 때문일 것이다.
제목은 ‘그림일기’이지만 만화풍의 그림 한 장과 일기장 한 장 정도의 분량이다. 그림이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 책의 저자는 정부 홍보 만화를 주로 그렸다고. 일기장을 넘길 때마다 50년 전으로 돌아가 그 시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듯 정겨웠다. 마지막에 소개된 옛날 물건들의 사진과 설명이 특히 반가워서 찬찬히 살펴보았는데, 지금보다 좀더 많이, 자세히 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책 속에 간간이 보이는 흑백 사진에도 눈길이 가는 걸 보면 사진이 주는 호기심과 실감이 큰 듯 하다.
일흔을 바라보는 친정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소풍갈 때 싸가지고 갔던 귀한 계란 이야기를 지금도 종종 하신다. 그 때 그 맛을 과연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식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계란을 보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다. 사실 나도 지금은 필수품이 된 휴대폰과 컴퓨터가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으니 지금의 아이들과는 격세지감이 클 수밖에. 그러나 이 아이들이 언젠가 어른이 되면 지금의 어린 시절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 그 때를 위해서라도 일기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 김충경 할아버지처럼 말이다.
추신. 공감했던 문장 하나. 우린 언제 어른이 돼서 맘대로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