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재 신채호, 꺾이지 않은 신념

신채호 ㅣ 큰작가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1
조정래 지음, 장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0월

  지인이 신채호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을 오랫동안 추진해오고 있기에,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 1권으로 신채호 편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단재 신채호. 일본이 물러날 때까지 절대 허리를 굽힐 수 없다며 꼿꼿이 세수하였다는 일화로 유명한 그에 대해 정작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었다. 이 책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고수하였던 그의 생애를 오롯이 보여주었고, 그가 경험한 우리 민족의 처절한 역사를 보여주었다.

  신채호는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였다. 그는 언론가, 역사가, 소설가였고, 만리타국에서 무장독립운동론을 전개한 혁명가이기도 했다. 영어를 공부하되 영어로 말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발음을 익히기를 거부했다는 일화, 외교론을 주장하는 상해 임시정부의 이승만을 반대하고 결국 임시정부와도 결별한 사실은 신채호의 올곧은 면모와 정확한 정세 판단을 보여준다.

  김원봉과의 만남을 통해 ‘조선혁명선언’을 쓰게 되었다는 대목에서는 김구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가 위험한 임무를 자청하여 결국 투옥과 옥중 사망에 이르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독립운동사는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애석하지만 자신의 최후를 당당하게 선택하였던 사람이 바로 신채호였다. 신채호와 같이 고난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 수 있는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말이다. 신채호가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일 것이다.  

  [조정래의 인물 이야기]로 명명된 이 책은 인물에 관한 이야기 일뿐만 아니라 ‘역사’다. 한 인물의 삶과 역사가 따로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인물의 삶과 그 배경이 된 역사를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신채호가 겪은 일제 강점 전후의 역사적 전개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이 책은 또한 ‘소설’이다. 소설 작가로서 보여준 조정래의 글 솜씨가 살아있으며,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에도 기대를 걸어본다.

동생이 있다면 절대 공감!

내 동생 싸게 팔아요 ㅣ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말썽꾸러기 동생을 시장에 팔려고 하는 누나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렸다.
맞아, 맞아를 연발하게끔 하는 공감되는 내용에, 우리 작가의 그림책이라 더욱 반갑다.

언니와 늘 티격태격하는 작은 아이, 이 책을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보았는지 모른다. 
살짝 걱정이 되는 걸. 진짜로 동생이 팔리면 어떡하나...
그러나 아무도 동생을 사가려는 사람들이 없다.
결국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번엔 모두들 사려고들 한다.
그런데 누나의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동생을 왜 팔아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했던 누나.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동생을 팔 수가 없는 이유가 하나둘씩 생각난다.
어림도 없지! 내 동생이 얼마나 좋은데!
맞아 맞아, 그게 바로 동생이야~

두 아이 이상을 키우는 부모도, 형제 자매가 있는 아이도

절대 공감할만한 재미난 그림책이다.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 장면. 
누나의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는 동생!
동생은 못말려!

역시, 황석영.

바리데기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7년 7월

  책을 읽기 전 두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하나는 엄청난 찬사. 놀랍다, 대단하다... 또 하나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평가. 지나치게 의도성이 엿보이는 책이며 과거 그가 보여준 서사의 힘이 약하다는 것. 책 읽기를 망설였던 나는 그러나 책을 집자마자 놀라운 속도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 그래도 황석영이라는 것. 무엇보다 전반부의 놀라운 흡입력은 그의 건재를 보여준다. 일곱 자매의 일곱째로 태어나 북한의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어린 소녀. 그녀가 단신으로 그 모진 어려움을 겪어나가는 이야기는 주인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으니, 드라마 이상의 생동감을 느끼게 했다.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은 건재하다.

  그러나 후반부의 다소 작위적인 느낌의 이야기와 새로운 방식의 서사는 몰입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좀더 깊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다른 결말에 약간 맥이 빠지기도. 그렇지만 그가 보여준 새로운 형식 실험은 그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변화를 선도한다는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공신? 공신...

공부의 신 ㅣ 공신 학습법 시리즈 7
강성태 외 지음 / 중앙M&B / 2007년 2월

  ‘공신’에 대한 이야기를 몇 달 전에 인터넷으로 접한 적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험생들의 고민을 해결하고 공부 방법에 대하여 조언해주며 강의도 무료로 해준다는 장한 청년들. 그 정도로 알고 있었기에, 그들이 쓴 책에 큰 기대를 한 것이 사실이다. 어디 보자... 

  책의 전반부와 중반부는 고등학생 수험생에 초점이 맞춰진 조언들이다. 아주 세세할 정도로 과목별로 이런 저런 공부전략을 알려주고, 다양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아직 고등학생 수험생의 학부모가 아닌지라 대충 넘겨가면서 흐름만 익혔다. 가장 관심있게 읽었던 부분은 5부 공신들의 스토리. 9명의 이야기를 보면서 참 독하게 공부했구나, 의지가 많은 청소년들이었구나 느끼며 읽었다. 아쉬운 점은 이 청년들 중에 왜 여성이 한명도 없을까. 딸인 내 아이에게 멘토가 될만한 목소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해 다시 보게 된 것은 아이에게 5부를 보기를 권하고 네가 따라 할만한 부분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 지금은 중학생이기에 오빠들의 공부법과 전략을 알아보라는 뜻에서 였다. 그런데 책을 열심히 보고 난 아이가 하는 말. 엄마, 이 오빠들 대부분 학원 빨인데. 그럴 리가? 공신에 대한 선입견이 너무 커서였을까. 그들이 무료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사교육에 대해 조금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거라고 생각한 오산 때문이었을까.

  물론 그들이 현재 하는 일(사실 정확히는 모른다)과 과거의 공부 방법이 꼭 동일할 필요는 없다. '사교육에 관한 내용은 후배들에게 솔직하기 위함일 뿐 특정 사교육을 부추기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라고 일러두기에 밝히고 있지만, 선입견이 있었기에 실망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중학생인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어 수험생으로서는 이 책을 다시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하는 책이다.

일곱편 단편의 성찬 맛보기

수선된 아이 -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품집 ㅣ 책읽는 가족 55
김기정 외 지음, 유기훈.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6월

   우리 작가의 단편 일곱 편을 만났다. 단편 소설이기에 호흡이 짧고 경쾌하게 느껴졌고, 다양한 성격과 소재의 소설들을 읽어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작품인 <두껍 선생님>은 매우 재미있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판타지 성격의 만화 영화를 본 느낌이랄까. 학교 가는 길 두꺼비가 동행한 일도 신기한데, 그 다음 날 바로 그 두꺼비가 학교의 선생님이 된다니! 그것도 동시에 30명의 두꺼비가 말이다. 사투리를 쓰는 두꺼비와 일일 선생님 노릇 구경이 매우 유쾌한 작품이었다. 金두껍 선생님. 쉬이 잊혀지지 않을 캐릭터다.  

표제작 <수선된 아이>는 제목 때문에 내용이 무척 궁금했다. 상처를 받고, 상처를 키우며 자기만의 세계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아이의 눈 앞에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은 수선된 아이가 나타난다. 자신의 상처를 모두 안고 있는 그 아이를 살려주고, 다른 세계와의 소통을 조금씩 시도하게 되는 주인공. 다만 어린이 독자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난해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작품이다.

<버럭 할배 입 속엔 악어가 산다>는 아이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존재가 되는 이웃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 악어가 뭔가 했더니 악어처럼 보이는 틀니란다. 버럭 할배와 다섯 살 난 동생의 만남이 재미있게 그려진다.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을 잘 포착했고, 현실성이 높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 밖에 <견우랑 나랑>,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은 단편집 <꼬물래>에서, <천타의 비밀>은 단편집 <가면놀이>에서 인상적으로 읽었던 작품들이다. 모두 제1회 올해의  작가상 수상작들로,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우리 작가들이다.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멋진 아동 문학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