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1
노경실 외 지음, 윤종태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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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작을 다르게 생각해 보기는 이미 일반화되었고, 명작 패러디물을 속속 만날 수 있다. 그림책으로는 <아기돼지 세자매>, <늑대가 들려주는 아기 돼지 세마리>를 재미있게 보았고, 외국 작가들이 쓴 페미니즘 동화로는 <흑설공주 이야기>를 읽어 보았다. 
 
  이번에는 우리 작가들이 쓴 "어린이를 위한" 흑설공주 이야기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우리 작가가 쓴 명작 패러디 단편모음집을 본 적이 있기는 한데[상어를 사랑한 인어공주], 여러 작가가 쓴 동화를 모은 책은 처음이다. 여섯 명의 작가가 쓴 여섯 개의 이야기 속에는 외국 동화와 우리 동화가 절반씩 들어 있다.
 
  처음 나오는 이야기인 [흑설공주]는 그 유명한 백설공주의 딸. 피부가 검다 하여 놀림감이 되었던 흑설공주는 책을 좋아하는 소녀로 자라나고, 이번에는 독사과가 아닌 재미있는 책으로 유인되어 정신을 잃게 된다. 그녀를 구해주러 나타난 이는 잘생긴 왕자가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나무꾼! 이제 "잘생긴 왕자와 만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대요"로 끝나는 결말은, 이처럼 평범한 남자와 맺어지거나, 잘생긴 왕자의 간택을 거부하는 결말로 대치되는 경향이다.   
 
  우리 동화를 패러디한 세작품은 마치 우리 전래를 읽듯이 옛말을 살려 쓰여진 것이 특색이다. [팥쥐랑 콩쥐랑]은 쥐를 다루는 비술을 가지고 있는 두 소녀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원전과 같이 콩쥐가 수령에게 시집가기는 했으나 그 수령은 주색잡기에 능한 수령이었던 것! 수령에게 쥐 공격을 해놓고 모험을 떠나는 두 소녀. 좋은 계모의 상을 그렸을 거라는 기대를 벗어나 사이 좋은 이복자매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신선했다.
 
  [나무꾼과 선녀]는 더욱 기발하다. 사슴을 구해주었으나 아내가 된 것은 말 못하는 여자. 가부장적인 남편의 모습을 보인 나무꾼의 곁을 떠난 아내는 결국 선녀로 밝혀지고... 아내를 되찾기 위해 던져진 문제풀이 세고개를 보면서, 이 이야기는 진짜 옛날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슬며시 해보았다. 그 밖에 [오누이 힘합치기]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이야기의 패러디라 이해가 쉽지 않았고, [인어공주]와 [신데렐라]는 약간 억지스러운 면이 있었다. 
 
 사실 도식적인 권선징악의 측면과 남녀차별 의식이 강하다 하여 명작이 공격받고 있지만, 오늘날의 명작 패러디가 하나같이 강하고 똑똑하고 독립적인 여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정형화된 패턴을 낳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슬며시 들게 된다. 명작을 뒤집어 본다면 분명히 이렇게 될거야, 하는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생각 하나. 과거 백설공주의 시대와 현재 흑설공주의 시대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가? 여성의 외모 지상주의와 능력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에 인생이 달라진다는 생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고 어쩌면 더욱 강화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씁쓸하기는 하지만 과거의 백설공주 이야기가 현실을 더욱 잘 반영하는 이야기는 아닐런지.  
 
 그럼에도 한번쯤은 명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질 필요는 있다. 외국 작가들이 쓴 흑설공주 이야기는 매우 재미있고 유쾌했으나 성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기가 조심스러웠다. 이 책은 그 부분에서는 문제될만한 것이 없고, 우리 명작 패러디의 한국화(?) 징조가 발견된다는 점이 특히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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