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무화과 미래그림책 25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 그림, 이지유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 아닐까? 책을 덮고 나서 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세속적인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어른들, 당연히 나에게도 해당되는 메시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무화과를 먹으면 그날 밤 꿈에서 꾸는 소원을 이루어준단다. 처음에는 그것을 믿지 않았지만, 믿게 된 이후에는 원하는 꿈을 꿀 수 있는 경지에 이를 만큼 열심히 노력하는 주인공. 그 꿈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부자가 된 자신’이었고, 그렇게 되면 볼품없는 개 따위와 더 이상 산책할 일 없다고 믿었으니... 그런데 무화과를 먹은 것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이 기르는 개였다. 그 후에 벌어지는 장면은 그야말로 이 책의 대미가 아닐 수 없다.

한없이 좋은 말들로, 좋은 사람들을 통해 가르쳐주려는 것이 아니라, 작위적이고 비틀어진 설정을 통해 오히려 강력한 교훈을 던진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인생에서 중요한 것으로 ‘돈’을 매우 중요하게 꼽았다는 통계를 최근 접한 적이 있다. 어른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세상 속에서, 아이들이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욱 강하게 물질만능주의를 체득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 끝이 무엇인지는 자명한 터, 아이의 모범이 되는 어른이 먼저 올바른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실, 하찮은 것이라고 여겨서 던져버린 무화과를 어떻게 주인공이 먹게 되었는지는 이 책만 보아서는 잘 알 수 없다. 그림책 볼 나이가 지난 아이는 이 책의 내용을 단박에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책 읽은 소감을 물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도 일부러 설명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엄마처럼 아이도 아! 할 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책. 그림을 잘 볼 줄 모르지만 그림이 주는 매력은 텍스트 그 이상이다. <북극으로 가는 급행열차>의 저자라는데, 만화영화 <폴라 익스프레스>의 원작자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느낌이 든다. 앞으로 다른 작품도 일부러 찾아보고 싶은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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