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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1 - 고우영 원작 동화
고우영 지음, 박신식 엮음, 이관수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09년 2월
평점 :
의적 일지매! 이름은 많이 들었으나 책을 읽어볼 기회는 없었기에 그 내용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TV 드라마로 여러 번 방송하였다고 하나 인연이 닿지는 않았다. 2권짜리 동화로 일지매를 만나게 되었고, ‘선이 굵은’ 일지매의 이야기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접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크다’는 것이다. 먼저 스케일이 크다. 이 책의 무대는 조선 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버려진 일지매가 청으로 보내져 유년 시절을 보내고, 배를 탔다가 왜국에서도 생활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지매의 무예술은 급격하게 일취월장하게 된다. 게다가 청의 끄나풀, 청의 밀명을 받는 조선의 고관, 일지매와 정혼한 청의 공주 등 그야말로 이 책은 국제적인 이야기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도, 사건도 매우 많다. 2권으로 된 아이들 눈높이의 동화로 봤기에 금방 볼 수 있었지, 원작을 보았다면 아마도 며칠 밤을 새우고 수많은 사건에 머리가 아팠을 것 같다. 이 책은 분량이 짧다보니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른데, 그래서 성미 급한 독자에게는 친절하겠고, 긴장감을 즐기는 독자에게는 조금 아쉽기도 할 것 같다. 나이를 꽤나 먹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일지매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청의 공주가 있다는 설정 등 약간은 작위적인 부분도 없지 않은데, 원작을 압축한 것이라 더 그렇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책은 사고의 폭이 크다. 그 시절에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작가의 상상력에 놀랍기도 하고, 이런 일이 꼭 불가능하지만은 않겠다 싶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영화 신기전의 모티브를 제공했다는 광고 카피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었고, 과업을 가지고 청으로 떠나는 마지막 결말을 보면서 여전히 일지매는 현재진행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조리한 사회를 통렬하게 비웃는 일지매는 그래서 지금도 통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