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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우주선과 우주인을 떠올리자면, 그에 대한 어렸을 적 기억이 지금도 크게 남아있다. 카운트다운, 10, 9, 8... 그리고 발사. 하늘로 쏘아올려진 우주선은 그러나 불과 10여초 만에 공중에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어렸을 적, TV 로 생중계되던 우주선 발사였으니, 그 나라는 아마도 미국이었으리라. 눈 앞에 우주선과 우주인들이 허망하게 사라지는 광경을 목격한 후, 나는 절대로 우주선을 타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그러다 최근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군 최초의 한국인 우주인 배출사업을 접했다. 그 기억이 컸었나,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부럽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주선이 발사되던 당일, 제발 공중에서 폭발하는 일이 없기를 빌었다. 그리고 우주선이 도착하던 날, 무사하기를 빌었으나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이륙이 괜찮으면 착륙이 문제인가. 역시 우주선에는 타지 말아야겠다, 생각할 무렵, 세계 최초의 우주인 가가린의 책을 읽게 되었다.
가가린에 대해 이름 외에는 전혀 사전지식이 없었고, 구소련의 우주 연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었는가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바가 없었기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무엇보다 가가린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일종의 '소명의식', 그리고 우주개발이 '세계평화를 위한 길'이라는 신념은 인상적이었다. 영화에서처럼 우주를 정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고, 우주를 세계지배의 발판으로 삼지 않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공산주의 체제라는 선입견 때문에 조금은 편향된 시각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럼에도 가가린이 보여주는 '소명의식'은 조금은 맹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는 묘사는 사실 믿기 어려웠다. 그의 '신념'이 여러 사실들을 조금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인지하도록 만든 것은 아닐까. 사실이 무엇이든간에 그가 무사히 우주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든다. 그러나 얼마 안되어 전투기 비행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들었다.
책은 가가린이 우주선 탑승에 성공한 후 환영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끝이 난다. 부록은 우주선 개발의 역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부분에서 의외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재미있게 읽헜다. 여기에 가가린의 생애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코너도 덧붙였다면 더 좋았을 듯. 그리고 가가린의 사고사 직전까지의 삶도 궁금하다. 책 속 여러 장의 사진으로 그 일면을 짐작해볼 수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