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알렝 -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 소년 이야기, 물구나무 그림책 67 파랑새 그림책 68
이방 포모 글 그림, 니콜 포모 채색, 김홍중 옮김 / 파랑새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이들이 텔레비전 없었던 때를 상상할 수 있을까? 부모 세대인 나 또한 그랬다. 흑백 텔레비전이 아니라 칼라 텔레비전이 있었던 시대부터 기억하기 때문에, 나에게도 이런 시절은 호기심의 대상이다. ‘텔레비전이 없었던 시절의 프랑스 소년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아이들과 부모들 모두에게 호기심을 불어 넣는다. 두세대 모두 경험하지 못했던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대한 ‘동질감’이니, ‘어린 시절’의 의미는 누구에게나 같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은 1953년에 8살이 된 개구쟁이 소년 알렝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 주위 풍경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알렝의 학교 이야기. “다시는 ~ 하지 않겠습니다”를 100번 쓰는 것이 이때도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한번에 5개의 글씨를 동시에 쓸 수 있는 펜을 발명한 것은 그 옛날 연필 3개를 묶어 소위 ‘빽빽이’라는 것을 썼던 기억이 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에는 선생님이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수업하는 일이 흔했는데 그 때는 담배의 해악을 잘 몰랐기 때문이라고. 알코올 중독의 폐해에 대해 설명하는 교사가 담배를 물고 있는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어디 그 뿐인가. 지금은 사라진 직업인 전화교환수인 엄마의 하루, 찌그러진 양철통에 우유를 받으러 가는 모습, 멋진 자동차와 잘생긴 개가 필수적인 <우아한 여성 선발대회>는 매우 낯선 모습이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전쟁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이 시대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짐작케 한다. 가게에서 10퍼센트 디씨를 묻는 전쟁 미망인, 전쟁의 변절자를 용서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에게 낯선 전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게 한다.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나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과 아이들의 모습은 똑같은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온 가족이 오순도순 극장에 놀러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가 저지른 커다란 실수에 아버지가 처음으로 매를 들기도 한다.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없던 시절의 아이들은  여러 가지 놀이들을 개발하여 밖에서 신나게 뛰어 논다. 나의 어릴 적 모습과 유난히 매치되는 장면이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비석치기를 배운 아이가 집 안에서 그걸 하겠다고 아빠를 부르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이들과 그런 경험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진 걸까?

  책을 다 읽고 저자 약력을 보니, 역시나, 1946년 생으로 프랑스 비시에서 나고 자랐다. 이 책의 주인공 알렝은 아마도 어린시절 저자의 모습인 듯 하다. 그렇기에 이렇게도 생생하고 현실감있는 책이 나온 것이 아닐지. 시대적 배경도, 공간적 배경도 다른 이 책에 이렇게 호기심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그 때 그 시절” 풍경을 다룬 책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든다. 조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1940-50년대도 좋고, 부모 세대의 1960-70년대도 좋을 것 같다.

  1950년대의 프랑스와 2000년대의 서울을 연결해주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 참 마음에 든다. 책을 읽어주면서 부모와 아이가 이야기할 거리가 참 많았기에 더욱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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