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노 - 붓으로 평화를 그리다 예술가 이야기 2
김학량 지음 / 나무숲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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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에 이사 오기 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대전에 최근 이응노 미술관이 개관하였는데, 학교 숙제가 있어서 아이들끼리 미술관을 관람하고 왔다. 아이들이 가져온 팜플렛을 보면서 매우 독특한 작품을 남긴 화가라고 생각했다. 작품도 인상적이었지만, 외국에서 말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화가였다고 하니 그 사연이 궁금했고, 그의 작품세계가 형성된 과정과 작품들도 궁금했다.

  그래서 보게 된 이 책. 화가 이응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다. 화가의 어린 시절, 일본에서의 유학 생활, 잘 나가는 홍대 미대 교수 시절, 새로운 도전과 파리에서의 작품 활동과 교육, 그리고 조작된 간첩단 사건과 투옥. 결국 국적을 프랑스로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외로운 노화가. 고국에서 열리는 자신의 전시회에도 참석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난 후에야 전시회의 분향소에 사진이 걸리게 된다.  

 프랑스에서 맞닥뜨린 갑작스러운 경제난 때문에 쓰레기통을 뒤져 신문과 잡지를 주워다가 콜라주를 만들었고, 감옥 안에서는 종이와 밥풀을 짓이기고 으깨어 그림을 그렸으며, 광주 민주화 운동 소식을 접하고 생애 마지막 10년간 오로지 ‘사람’만 그렸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하여 그가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던 화가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에 소개된 그의 작품 중에서 문자추상과 사람들로 이루어진 군상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이응노 연구를 했던 미술대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씌어졌지만 어른들이 함께 읽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이응노가 남긴 글과 작가의 설명이 번갈아 나오는 점이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책의 말미에는 이응노와 관계된 장소들, 그의 작품세계, 연보 등이 알차게 정리되어 있어서 이 부분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이 책이 속한 [예술가이야기] 시리즈에 관심이 생겨, 시리즈의 다른 책도 살펴보고 싶을 정도.   

  최근 고인의 부인이 대전에 고인의 작품을 다수 기증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말년을 만리타향에 머물러야 했던 그의 삶이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인정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널리 알려진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응노 미술관에 자주 발걸음을 하고 싶고, 출옥 후 그림을 아로새긴 수덕사 너럭바위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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