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 ㅣ 공감하는 어린이 책 1
캐시 후프먼 지음, 신혜경 옮김, 최정인 그림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떤 증후군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정보를 접하고 나서 책을 열어 보았기에, 책의 분위기가 다소 무겁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보니 무척 재미있고 밝은 분위기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재미나게 읽히는 소설이라는 점에서 일단 합격점.
이 책의 내용은 ‘아스페르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벤의 상황이 중심 축을 이룬다. 뇌의 문제로 인해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아이. 비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이런 벤의 상황은 벤이 만나는 여러 상황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다양한 시각과 생각할 점들을 던져준다. 먼저 벤의 선생님. 사소한 잘못을 한 벤에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화를 낸 선생님은 나중에 알고 보니 어머니가 편찮아서 심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읜 벤은 선생님과 같다는 공감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벤의 단짝 친구. 매우 다르면서도 서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두 친구는 즐거운 비밀을 공유하고 있다. 바로 소원을 들어주는 유리병의 비밀!
아이들이 진실로 믿을 수 있는 소원 들어주는 유리병 이야기는 소설의 분위기를 자못 진지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만든다. 아이들에게는 충분히 가능한 일, 그러면서도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된다고 생각하니, 책을 읽다 말고 작가가 누구인지 무척 궁금해진다. 작가 소개를 보니 줄곧 아스페르거 증후군에 관한 책을 쓰고 있다고. 작가가 천착하는 문제가 새롭게 생각되면서, 또한 새롭지 않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 속에서 의사는 절망하는 벤의 아버지에게 말한다. 아버지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아이 한 명이 있을 뿐이지만 벤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 누가 더 힘들지는 쉽게 판단할 수 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스페르거 증후군은 낯선 용어였지만, 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벤과 같은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주위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제는 ‘나와 조금 다른’ 벤과 같은 아이를 만나더라도 다른 점보다는 같은 점에 더욱 더 주목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