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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소설집으로는 두 번째로 만나는 오쿠다 히데오. <공중그네>에서처럼 1분마다 터지는 웃음을 선사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왔고, 현실감이 있으며,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그가 주인공으로 삼은 40대의 남성 샐러리맨은 아니지만, 내 주위에서 충분히 연상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으므로.
다섯 개의 단편은 모두 40대 샐러리맨이 주인공. <마돈나>에서는 부하 여직원을 짝사랑하고, <댄스>에서는 자유분방한 동료 과장과 아들 때문에 골치를 썩으며, <총무는 마누라>에서는 ‘총무과는 마누라’라는 압력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총무과의 개혁을 단행하지 못한다. <보스>에서는 합리적이고 세련된 여성 상급자로 인해 괴로움을 느끼며, <파티오>에서는 홀로 된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노인을 날마다 기다린다는 이야기.
40대 샐러리맨은 회사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세대이지만 이미 낡을 대로 낡은 구세대가 되어버렸고, 가정에서는 누구와도 대화가 통하지 않은 독불장군이자 한편으로는 외톨이다. 그들이 여직원을 상대로 벌이는 끝없는 공상, 상식이 통하지 않은 훌륭한 상급자로 인해 꺾이고 마는 자존심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들도 언젠가는 혈기왕성하고 패기만만한 젊은이였을 터. 흐르는 세월이 이들을 적당히 부패하게 만든 것일까. 사람들과 적당히 어울려 살 수 있어야 만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어린 날 록과 기타에 심취했던 자신과 힙합에 미쳐 댄서가 되고자 하는 아들을 동일시하지 못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이제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으니 어느덧 나도 기성세대가 되었다는 증거인지. 소설 한편 읽지 못하는(않는) 40대 샐러리맨에게 슬그머니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강한 동질감이 이 책의 최고 매력. 어느새 샐러리맨의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는 강한 향수(?)를, 샐러리맨의 자리에 입성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맛보기와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할 수도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