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끝으로 서다 푸른도서관 14
임정진 지음 / 푸른책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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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에 그려진 발레 신발을 무심히 넘겨 보았기에, 제목만 보고 벼랑 끝에 내몰린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닐까 추측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책을 읽다보니 참으로 정직한 제목임을 알겠다. '발 끝으로 서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의 이야기였던 것. 열두살 어린 나이에 단신으로 영국 땅에 건너가 무용학교를 다니는 재인의 이야기가 매우 실감나게 그려져있다.

  열두살까지 재인이 살아왔던 경험들, 학교 생활, 한국을 오가며 경험한 것들이 매우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다가온다. 특히 배경이 1988년을 전후한 시기라는 언급에서 약간 의아한 마음이 들었는데, 저자의 글을 보니 실제 있었던 소녀의 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다가왔던 거구나! 일종의 논픽션 소설처럼 읽히는 성장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재인은 열두살이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여겨질만큼 강하고 독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역시 열두살이구나 싶게 또래 아이들과 같은 솔직한 감정과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것은 부모의 이혼보다도 재인은 직업적인 발레리나가 될수 없다고 말한 무용학교의 선생님의 충고. 신체적인 조건이 부적합하다는 것이 이유인데, 노력으로 안되는 부분이기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이 책은 재인이 무용학교 5학년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하는 것으로 끝나는데, 그래서 그녀의 진로가 매우 궁금했다. 

  작가는 재인과 소식이 닿지 않는다고 이 책에서 밝히고 있는데, 책이 출간된 후 놀랍게도 작가와 재인이 상봉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재인은 직업적인 발레리나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불리한 신체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했을까. 그녀를 더욱 힘들게 한 가족의 문제는 어떻게 치유했을까. 작가와 주인공과 상봉장면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푸른책들:
http://www.prooni.com/bbs/zboard.php?id=pr_md_freeboard&page=1&sn1=&divpage=1&sn=on&ss=on&sc=on&sl1=on&keyword=발끝으로%20서다&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61)


  발레라는 다소 특수한 소재를 다루었기에 이 책을 보는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같은 느낌, 같은 메세지를 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더라도 먼 나라에서 치열한 생활을 했던 열두살 소녀의 색다른 경험을 만나는 것이 분명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계기가 될 것이다. 게다가 꿈을 향해 돌진하는 초인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때로는 방황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평범한 아이이기 때문에 공감이 많이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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