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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해 유난히 19세기의 역사적 인물들을 소설 속에서 많이 만났다. 동학의 2대 교주 해월 최시형, 김삿갓으로 불렸던 유랑인 김병연, 그리고 최근에 재미있게 읽는 소설 [바람의 화원]의 두 주인공 김홍도와 신윤복까지. 특히 [바람의 화원]은 픽션적 요소가 강한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웠지만 소설 속에 소개된 두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뒤이어 읽게 된 소설, [추사]. 아무런 삽화 없이 하얀색 바탕에 ‘추사’라는 제목만 건조하게 적혀있는 표지가 종전에 읽었던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흥미와 스토리 위주가 아니라 ‘정통’ 역사인물소설이라고 할까. 두꺼운 두권의 책은 비교적 흥미롭게 읽혔다. 소설은 추사가 그의 마지막 글씨인 봉은사의 ‘版殿’ 글씨를 쓰는 부분으로 시작하는데, 최근에 그 글씨를 본 적이 있었던 터라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추사의 생애와 인간적인 고뇌, 그의 작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작품에 대한 식견을 접할 수 있었고, 추사와 그의 시대를 생생하게 마주할 수 있었다. 어린 추사의 글씨를 칭찬했던 정조 때의 재상 채제공, 추사의 스승이었던 서얼 출신의 실학자 박제가, 추사의 절친한 벗으로 다도의 대가로 알려진 초의 선사, 추사로부터 난을 치는 솜씨를 칭찬받았던 흥선대원군 이하응 등 역사 속에서 개별적으로 각인되던 인물들이 소설 속에서 추사를 통해 연결되니 이것이 바로 역사소설의 묘미가 아닐는지.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기술되는 사건들이 눈에 띄고, 시간적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것이 매끄럽지 못할 때도 있지만, 추사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데 이 책은 대체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 [바람의 화원]의 영향일 수 있으나, 추사의 글씨와 그림을 함께 실었더라면 독자의 이해를 돕는데 훨씬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소한 이 책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版殿’ 글씨 정도는 책 속에 실물로 보여주었다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