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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 그림, 김세희 옮김 / 봄봄출판사 / 2004년 2월
평점 :
제주도에서 딱 한번 말을 타보았을 뿐인데 아이는 말을 타고 싶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서 승마체험이라도 해보자 약속했는데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러다 눈에 띈 이 책. 말을 안고 있는 여자 아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내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여기 조랑말을 ‘너무나도’ 좋아하던 한 소녀가 있다. 농장을 지나면서 엄마 아빠에게 조랑말을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두 분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조랑말은 너무 비싸서 안돼”
“말을 둘 곳이 없어서 안돼”
“네가 더 크면 생각해볼게”
부모의 짧은 답변 속에 어른의 생각이 얼마나 잘 드러나던지. 조랑말이 아니라 강아지를 사달라는 조르는 아이들의 부탁을 번번이 단호하게 거절하는 내 모습을 보는 듯 하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든 후에 “커서 어른이 되면 기르렴”하는 부모로서의 입장 말이다. 작은 강아지든 큰 조랑말이든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일까. 그 어떤 현실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어른이 되면 그 소중한 느낌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이 책의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고 정적이다. 극적인 결말이나 눈길을 끄는 이야기도 없다. 아이가 그린 그림 속 조랑말이 실제 살아나 환상적인 여행을 경험한다. 그리고 제자리. 그런데 이 책이 특히 인상적인 것은 앞에 있는 [저자의 말]이다. 말을 갖고 싶다는 것은 저자의 오래된 소망이었고, 말을 가질 수 없어서 그 대신 말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고. 결국 저자가 좋아하는 말을 계속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거의 매일 말을 타고 있단다!
그래서 이렇게 말을 표현한 그림이 섬세하고 실제 같다는 느낌을 주는가보다. 그렇다면 이 책 속 여자 아이는 저자의 어린 모습? 꿈 속에서 신나게 조랑말을 타고 달리던 그 아이가 커서, 조랑말과 함께 하는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만약 저자가 어린 시절에 조랑말을 키울 수 있었다면 어쩌면 말을 그릴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갖지 못한 것은 더욱 간절하기 마련이다. 결국 꿈을 이루게 된 저자가 아름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