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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 현상 - 5학년 2학년 국어교과서 국어활동(가) 수록도서 ㅣ 책읽는 가족 50
이금이 지음, 김재홍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우리 작가의 단편 동화집에 대해서 그렇게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 못했던 상태에서 읽게 된 이금이 작가의 최신 단편작 모음집. 그러나 한편 한편 재미와 긴장감을 느끼면서 읽었고, 각 작품이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금이 작가를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이다.
작가의 프롤로그에서 밝힌 모티브가 인상적이었던 표제작 [금단현상]. 도대체 그동안 나는 누구와 전화 통화를 했었던 걸까. 그리고 나는 왜 그 전화를 다시 이어가려는 걸까. 단순히 어이 없어 하는 결말로 끝났다면 싱거웠을지도 모를 이야기가 다시 전화를 거는 아이의 행위로 끝나는 것에서 여운을 남긴다. 남녀의 성역할이 바뀌는 추세를 반영한 [십자수] 또한 아들이 아버지에게 십자수 선물을 해볼 것을 권하는 결말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나의 마니또]는 결말을 쉽게 눈치챌 수 있었으나 여전히 충실히 마니또의 역할을 이행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짠하게 다가왔다. 짧은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반전의 묘미를 이 책만큼 느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5개의 단편을 읽으며 만나게 되는 어른의 모습에 자꾸만 시선이 가는 것은 내가 어른이기 때문일런 지. 어차피 부술 집에 뭐하러 돈을 들이냐고 하지만 결국 좋은 집에 입주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또 다른 억척을 부릴 것이 뻔한 엄마, 평소에는 맞벌이하는 아내를 도와 집안 일을 열심히 거들지만 어머니 앞에서는 가부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밖에 없는 아빠 등 너무나 평범한 엄마 아빠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그리고 있다는 점이 작품에 공감을 끌어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재미있다고 약간의 호들갑을 떨면서 [십자수]를 아빠로 하여금 두 딸들에게 읽어주라고 부탁을 했다. 아빠가 잠자리에서 이 글을 읽어주는 동안 엄청난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니 많은 분들에게 이 방법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