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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요 바빠 - 가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평점 :
우리 딸들은 홍시를 무척 좋아한다. 특히 큰 아이는 '홍씨'라고 발음하는 것을 절대 고치지 않으며, 홍시가 막 나오기 시작한 때부터 홍시 살 것을 조른다. 홍시를 그릇에 넣고 숟가락으로 퍼먹으면서 한 개, 두 개, 세 개... 그만 먹으라고 할 때까지 마냥 먹는다. 그렇게 좋을까???
보리의 <도토리 계절 그림책> 시리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모두 4권이 나와 있다. 그 중 가을에 해당하는 <바빠요 바빠>는 아이보다 엄마가 더 좋아하는 책이다. 어쩜 그렇게 가을의 단상이 잘 나타나 있는지 늘 감탄하곤 한다.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시골집의 표지는 가을 그 자체이다.
세밀화로 그린 그림들은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다. 잔잔하게 농촌의 풍경과 시골집의 구석구석을 묘사한 그림들은 사실 도시 생활만 한 아이들에게는 낯설기까지 하다. 그러나 '바빠요 바빠'로 끝나는 맛깔스런 이야기를 책장 넘겨 읽다보면, 어느새 그림들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정겨워진다. 또한 여러 가지 의성어, 의태어들도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산골에 가을이 오면 참깨를 털고, 밤을 줍고, 감을 따고, 벼를 거두고 ,김장을 하느라고 마루네 가족들은 부산하다. 다람쥐와 청설모도 밤을 나르고, 생쥐는 콩알을 훔쳐가고, 기러기들도 날아가느라고 바쁘다. 사람들이나 동물들이나 가을엔 저마다 바쁘게 움직인다. 도시 속에서만 살아온 엄마조차도 새롭기까지 한 농촌 가을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고,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배울 점도 생긴다.
작은 아이는 어렸을 때 보리의 세밀화 아기그림책을 보지 못했다. 세밀화 그림책은 도감 빼고는 이 책이 처음이었는데, 일곱 살이 되면서 이 책에 더 책에 집중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을 보고는 홍시가 더 먹고 싶다고 하니,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홍시를 실컷 더 사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