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
김현근 지음 / 사회평론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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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공부해서 좋은 대학 갔어요" 류의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전혀 없었다. 이미 정규 학교 교육이 끝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부는 자기 스타일대로 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방법을 열심히 찾아보아야 별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나만의 공부 스타일을 정립할 시기가 도래한 내 아이가 정작 헤매고 있음을 절감하니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백날 이야기해봐야 객관화된 정보로 다가가지 못하고 잔소리로만 들릴뿐, 결국 다양한 책들을 접하게 하여 아이가 뭔가 느끼고 선택하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거라 생각했다.

 도서 소개를 꼼꼼한 읽어보고 선택한 이 책.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약간의 거부감도 들었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그 반대의 상황에서보다 훨씬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더욱 가치가 있는 일이라 생각되었다. 먼저 아이에게 읽게 하니, 금방 다 읽고 난 아이의 말 - "엄마가 (평소에) 했던 말들이 다 있어! 이 오빠랑 엄마랑 똑같아."

 그래? 뒤이어 나도 읽어보니, 아이 말이 맞다. 중학교에서의 첫 시험을 망친 아이에게 누누이 했던 말들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 배우는 시간일뿐, 배운 걸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교 시험은 선생님이 내시는 것,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에 절대 집중해야 한다. 시험 문제지를 모아놓고 선생님의 시험 출제유형을 파악해서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 문제집 보다 교과서를 두세번 꼼꼼히 뜯어보면서 개념과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거봐, 엄마가 뭐랬어? 구구절절이 엄마가 했던 말과 똑같은 말을 하는 이 책의 저자를 보면서, 엄마는 의기양양해진다. 엄마가 말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프린스턴 대학에 진학하게 된 공부 잘 한 이 오빠까지 마치 엄마와 짠 듯 고대로 책에 적어놓고 있으니 엄마의 조언에 힘이 실려지지 않을 수가 없겠지? 그런데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서 혼자만 알고 있을 줄 알았던 공부의 비법을 이 아이도 정확히 알고 있으니 (중요한 것은 실천을 하고 있으니), 그건 모두가 아는 비법이었단 말인가???

 

 이 책을 읽고 아이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두가지란다. 하나는 승부근성이 놀랍다는 것. 경쟁의식이 강하여 어떤 분야든지 지고는 못살았던 것 같다. 자유투를 성공시켜야 하는 체육 시험에 대비하여 농구 잘하는 친구에게 며칠씩 강습받았던 아이. 결국 그 친구와 똑같은 자유투 성공율을 보였으니 그 승부근성은 누가 시켜서 갖게 된 것은 아닐 것. 게다가 2억이 걸린 삼성 장학생 시험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하고, 황우석 박사와 이메일로 서신을 교환하면서 결국 대학 입학 추천서를 받아내는 과정을 보면서 이것이 어찌 10대 청소년의 자연스러운 행동양식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

 다른 하나는 엄청난 노력파라는 것. 본문에서 저자는 자신이 천재나 영재가 아니며 엄청나게 노력했음을 강조한다. 그러나 중학교 입학 배치고사에서 전체 1등, 졸업할 때도 1등,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영재가 모인 부산영재과학고등학교에서도 우등의 성적으로 졸업했다면 천재나 영재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우리 아이는 의외로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천부적인 천재성이 있다기 보다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경이로운 성적을 냈다는 것이다. 음... 이해가 잘 안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과목에서 72점이 나오자 학점을 올리기 위해 책을 통째로 외워 그 다음 시험에서 100점을 맞았다는 대목을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말일 수 있다.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젊은이의 "승부근성"과 "치열한 노력"이 우리 아이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면 이 책을 권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 본다. 더불어 공부란 이렇게 하는 것이다 하는 구체적인 방법과 전략 중에서 몇가지를 자기 것으로 만들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그러나 이런 생각도 슬며시 들게 된다. 수학과 영어 외에는 사교육을 받지 못했던 저자는 부산영재과학고의 입학 전형을 앞두고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과학 공부를 해야만 했다. 저자의 선택은 동네 도서관에 나가서 과학시사상식이 꽉찬 과학동아 1년치를 탐독했다고 한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스스로 생각해서 말이다!

 혹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태어날 때부터 공부가 쉽고 즐겁고 잘 맞는 사람들. 만약 완전하게 다른 부류라면 역할 모델로는 부적합한 것이 아닌가. 거봐, 엄마가 했던 말하고 똑같지??? 엄마가 말한대로만 하면 된다니까!!! - 의기양양했던 기운이 갑자기 꺽이는듯 하다. 이 책대로 열심히 따라해볼만 할런지, 다른 길을 모색해봐야 할런지 얼마간 고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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