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스캔들 창비청소년문학 1
이현 지음 / 창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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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시기를 한참 지나친 지금, 성장소설이 주류를 이루는 청소년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매우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또한 가깝게 생각되기도 한다. 청소년들은 요즘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구나, 그들의 세계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먼저 들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오늘의 그들 모습에서 옛날의 나를 발견할 때가 많다. 그리고 오늘날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또한 그들의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기도 하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모’가 아니라 결혼을 하지 않은 ‘비혼모’라 주장하는 서른살의 이모. 중학교 2학년인 나의 학교, 그것도 나의 반에 교생으로 왔다. ‘튀지도, 밟히지도 않는다’는 평범하면서도 매우 영리한 생활신조를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매우 골치 아픈 사건이 아닐 수 없으니, 입 다물고 조용히 4주가 흘러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밤무대 가수이며 딸이 하나 있는 이모의 모습은 반 아이들이 가입한 비밀 카페에 버젓이 공개되고 만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의 면모는 이 책에서도 확실히 증명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사생활에 보이는 지대한 관심, 그리고 미혼모든 비혼모든 그가 어떻게 교단에 설 수 있느냐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상식을 분명하게 만나볼 수 있다. 교생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여, 담임 교사의 폭력과 갈등, 소위 ‘비행 학생’의 가출과 징계, 반 학생 간의 의사소통과 불신 등 많은 사건들이 동시에 꼬리를 물고 등장한다.

  무엇보다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가 궁금하였고, 학교와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는 점, 범인을 예상할 수 있는 시점이 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과정이 나름대로 흥미진진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못했다. 이모가 학교와 싸워 수업 참관권을 얻어내고, 처음으로 뺨을 맞았지만 역시 처음으로 할 말을 할 수 있었던 주인공의 변화가 또한 인상적이다. 아프고 시린 경험이지만 그래서 한 뼘 더 성장했다고 한다면, 그 댓가가 너무나 가혹하다고 할 것인지.

  우리 사회에서 비혼모를 보는 시선,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하는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 간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소설이다. 중학생인 내 아이를, 그리고 어른인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단, 인터넷 소설 같은 느낌의 가벼움과 자칫 10대들의 화려한 승리로만 비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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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2-21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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