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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 사이소 -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 ㅣ 어린이 갯살림 6
도토리 지음, 이영숙 그림 / 보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엉? 이게 끝이야? 더 없어?"
아이가 울상을 짓는다.
그림책에 그야말로 빠져들 정도로 함께 읽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좌판을 열고 갈치 장사를 시작하는 찰나, 그림책이 끝난다.
아는 이의 추천 때문에도 진작에 찜해놓았던 그림책 [갈치 사이소].
생태 동화와 도감으로 유명한 보리의 그림책이기에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아이가 어려서 대구 할머니 댁에서 자랐기에, 제목에서 느껴지는 부산 사투리가 친근감을 더욱 느끼게 하기도 했다.
"생선 장수 할머니와 어시장"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장사하는 사람들의 생활과 시장의 풍경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생선 장수 할머니가 새벽 4시 30분이면 시장에 나가서 장사를 준비한다는 것, 경매장에 모여 생선을 사고 싱싱한 오징어를 사러 부둣가에도 간다는 것, 그리하여 아침 7시면 가게를 열고 장사를 시작한다는 것 모두 새롭게 신기한 시장의 풍경이다.
우리 아이는 책을 읽다가 묻는다.
"생선 장수 할머니가 왜 생선을 사?"
그게 무슨 말일까...?
옳지, 우리 아이는 생선을 팔아야 할 사람이 왜 생선을 사고 있는지 이해를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싸게 많이 사서 조금 더 값을 쳐서 판다는 것, 우리는 조금씩 사니까 경매장이 아니라 생선 장수 할머니에게 산다는 것도 설명하게 된다.
이 책은 그림이 독특하다. 설명을 보니 이 책의 그림을 동판화로 찍어서 색칠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떻게 그린 것인지 아직도 이해가 완전히 되지는 않지만, 거칠고 투박하게 느껴지는 그림이 오히려 부산한 자갈치 시장의 정취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수십종의 수산물들이 세밀화처럼 세심하게 표현되지는 않지만 그 특징이 강하게 살아있다. 그림을 그리려고 자갈치 시장을 서른 번도 넘게 찾아갔다는 말이 역시 설명에 나와있다. 고개가 끄덕여 진다.
이 책을 함께 읽은 후로 우리 집에는 "갈치 사이소"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여운이 많이 남는 책이랄까. 여러 번 손이 가고 자주 대화의 소재가 되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독후활동으로 뒷 이야기 쓰기를 생각해보았다. "자갈치 시장이 열렸어요"로 끝나는 이 책 뒤에 나올 이야기의 첫 문장은 이렇게 될 것이다.
그날 민경이는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시장에 나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