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이야기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9
베벌리 나이두 지음, 이경상 옮김 / 생각과느낌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희망봉, 케이프타운, 다이아몬드. 그리고 넬슨 만델라와 아파르트헤이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떠올리면 문장이 아닌 단어 몇 가지가 떠오른다. 너무나도 멀게 느껴지는 나라, 그러나 어딘가 친숙한 느낌도 드는 나라. 그 나라를 책으로 만났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이 책이 소설일지 몰랐다. 원제는 'Out of bonud'로, 백인의 독점적이고 우월한 지위, 그리고 철저한 분리를 규정한 ‘아파르트헤이트 법’이 제정된 1948년부터 2000년까지, 각 시대를 상징하는 일곱 개의 단편 소설을 모아놓았다. 

  혼혈인으로서 백인과 같은 지위를 누렸으나 하루아침에 원주민으로 살아야 하는 가족들, 잘못된 제도와 폭력에 저항하는 소녀와 힘이 되어주는 할머니, 자신의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에도 용기를 내야 하는 사람들, 비록 피부색과 사는 곳은 다르지만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 모두 다른 입장과 상황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뿌리 깊은 문제를 좀 더 입체적이고 다각도로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떤 문제와 고민들이 제기되었는지 알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웃긴 일 아닌가. 주인이 아닌 자가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그것도 모자라 독점적인 주인의 위치를 영구히 점하려 들다니. 가장 많은 수를 점하는, 조상 대대로 살고 있던 자들을 사회 계층의 가장 밑바닥에 두고 그들을 철저하게 차별하려 했다니 상식적으로, 이성적으로 도저히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닌 고도의 ‘합리성’은 현실적인 이익의 문제 앞에서 바닥으로 내팽개쳐진 걸까. 하긴, 원래의 주인이 집단적인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극소수로 전락한 북아메리카 대륙도 있지 않은가. 

  이제는 과거의 얼룩진 기억이 되어버린 아파르트헤이트. 지금도, 앞으로도 경계해야 할 것은 인간의 이기심과 누군가의 위에 서있는 것을 전제로 한 집단적인 선민사상이다. 그것이 피부색이든, 성별이든, 종교이든 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철과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긴 상처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또 다른 이름의 아파르트헤이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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