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Dear 그림책
김장성 지음, 정지혜 그림 / 사계절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의 골목길을 보는 순간 오래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책장을 넘길수록 눈은 더 커진다. 벌써 몇 십 년이 지났던가. 초등학교를 파하고 귀가하는 길, 얼마나 많은 골목길을 지나쳤던가. 그 골목에서 얼마나 땀이 나도록 뛰어다녔나.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 책은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는 골목에 대한 아스라한 기억을 찾아내게 한다. 그렇다고 그것은 기억만으로 그치는가. 사진 한 장 찍자고 했더니 장난꾸러기 남자아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얼짱 포즈를 취한다. 사진 보내 주느냐고 물으며 말이다. 골목이 많은 동네의 저편으로 새로 올려지는 높은 아파트는 더욱 낯설지 않다.


  이 책에는 소리가 있다. 고무줄 노는 여자애들의 노랫소리, 박스를 차곡차곡 밟아 누르는 할아버지의 발소리,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보채는 소리,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적막함까지. 너무나도 생생하게 온갖 소리들이 들린다. 귀로 듣는 그림책이라 할만한. 그리고 표정이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골목은 나와 나의 이웃이 부대끼며 살아가던 공간이었다. 

  지금 새로 이사 온 동네에는 책 속에 그려진 골목을 찾을 수 없다.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 골목이라 할만한 곳은 있으나 자동차가 그 주인이 되었다. 아이는 낯선 광경에 궁금증과 호기심을 느낀다. 아이에게 엄마가 어렸을 적 뛰어놀던 골목을 보여주고 싶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골목에서 자꾸만 소리가 난다. 사람들이 그리워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