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두건 샐마 온세상 그림책
니키 달리 지음, 변경원 옮김 / 미세기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빨간 두건’, 사실 ‘빨간 모자’로 더 잘 알려진 그 이야기를 아이가 참 좋아했다. 작년에 영화도 아주 즐겁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는 그 명작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러 가지 버전의 원작이 있지만 늑대가 할머니를 잡아먹고, 가위로 배를 가르고, 그 뱃속에 돌을 집어넣는다는 등의 설정은 끔찍하고 잔인한 유럽 전래 동화의 전형인 것 같아 아이가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컸다. 마녀 할머니를 끓는 솥에 집어넣는 ‘헨젤과 그레텔’ 이야기도 그렇고. 그래서 이 책들을 아이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두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파란 두건’이 나타났다. 그것도 아프리카 가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인데, 옛이야기인지 작가의 순수한 창작물인지 정확히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마도 후자인 듯. 어린 소녀가 주인공이라는 점,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다 곤경에 처하는 점 등 빨간 모자와 비슷한 골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결말의 해법이 다르고, 흑심을 품은 나쁜  들개 또한 꽁무니를 내빼는 것으로 끝이 난다. 뱃속에 뭘 집어넣거나 오리는 이야기는 없어서 안심이다. 잠깐 나오는 끓는 솥 때문에 긴장하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 낯선 아프리카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묘미이다. 아프리카 소녀의 옷차림, 시장 풍경, 민속 의상과 민속 놀이 등을 구경할 수 있는 색다른 맛이 있다. 책 표지 안쪽에 있는 거미 아난시 의상과 큰 북이 인상적인데, 경쾌하고 역동적인 아프리카의 분위기를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인 가나에 대한 정보! 옆 집 아저씨가 가나에 출장을 다녀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가나에 무척 친근감을 느낀다. 결코 먼 나라가 아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모르는 사람하고는 단 한마디도 하지 마라’는 주의사항은 전 세계 공통인가 보다. 흉흉한 세태를 반영하는 말인데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인지. 약간 씁쓸하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주의사항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하다. 이 책의 말미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옛이야기를 새롭게 써보라고 권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 오히려 복 받은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한번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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