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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어던, 자유와 맞바꾼 절대 권력의 유혹 ㅣ 청소년 철학창고 18
토마스 홉스 지음, 하승우 옮김 / 풀빛 / 2007년 6월
평점 :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유럽에서 근대 계몽사상이 등장하는 시기, 인간이 지닌 이성의 힘을 강조하면서도 군주정을 옹호했다는 것으로 유명한 사상가와 그의 저작이다. 로크, 몽테스키외, 루소와 같은 동시대의 계몽 사상가들이 대단한 주목과 평가를 받는데 비해, 홉스는 ‘불철저한 근대인’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는 왜 군주제와 절대 권력을 옹호했던 것인가. 막연하게 품고 있던 질문과 궁금증을 책을 통해 혼자서도 풀어볼 수 있다는 것, 풀빛 청소년 철학창고 시리즈의 매력이다.
구약성경 욥기 41장에는 리바이어던을 땅과 물을 넘나드는 엄청난 괴물로 묘사하고 있다. 입에서는 불꽃이 나오고, 숨결은 숯불을 피울 정도이며, 콧구멍에서 강력한 연기가 쏟아지고, 그 어떤 것도 몸을 뚫을 수 없다. 그것과 겨룰만한 것이 없으니 ‘애초에 겁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홉스는 이러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를 국가에 비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안전과 자유를 지켜달라고 스스로 만든 것이 국가이며 곧 리바이어던, ‘겨룰 만한 것이 없는, 애초에 겁이 없는 어떤 것’인 셈이다.
홉스에 의하면 국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서로 계약을 맺어 모든 사람을 국가의 건설자로 만들 때, 국가는 공동의 평화가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든 힘과 수단을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인격’이다. 일단 국가가 제도로 설립되면, 모든 권력과 결정권은 주권자에게 있으니, 국민은 정부의 형태를 바꿀 수 없고, 주권자가 무엇을 하든 국민은 이를 처벌할 수 없다. 국민은 주권자에게 모든 것을 위임했기 때문에 그 절대 권력에 복종해야 하고, 그를 통해 자유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홉스에게 자유란 법이 금지하지 않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이므로, 국가 내에서의 자유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된다. 전쟁과 혼란이 없는 이상적인 상태는 절대 권력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고, 국가 형태 중에서 군주정은 귀족정과 민주정에 비해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능력이 가장 탁월하다는 것이다. 홉스는 군주정, 귀족정, 군주정 모두에서 주권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막강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홉스는 군주정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보았던 것이다. ‘국민의 안전과 자유의 보장’이 국가를 성립하고 주권을 부여하는 가장 큰 목적이며, 절대 권력에의 자발적인 복종 또한 국민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인 것이다. 그가 군주정을 옹호하였고, 지나치게 거대한 국가 권력을 찬양했던 것은 바로 이런 맥락이었고, 새로운 근대 시민사상의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국가에 절대 권력을 부여하는 것이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 국가 권력이 신의 권력보다 위에 있다고 역설한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홉스의 주장이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떠나서 말이다.
그렇게 강력한 힘을 가진 거대 괴물 국가가 지금도 우리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주고 있지 않은가. 국민의 이익을 위한다는 이유로 막대한 세금을 걷어가고 자유와 인권을 구속하기도 한다. 지금도 자유(홉스가 말한 ‘자유’의 의미가 아닌)를 유보하여 평화와 안전을 보장해주겠다는 명분으로 절대 권력에의 복종을 강요하는 사고 방식은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리바이어던은 지금도 그 어떤 것에도 뚫리지 않는 갑옷을 입고 있는가. 그것이 어떠한 정치체제의 옷을 입었든, 그 안의 실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