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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놀랍도록 가까운 ㅣ 풀빛 청소년 문학 3
토릴 아이데 지음, 모명숙 옮김 / 풀빛 / 2007년 5월
평점 :
젊은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열여섯 소녀의 시점으로 씌어진 이 소설을 읽으며 제목과 똑같은 심정을 느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놀랍도록 가까운...
책을 읽는 내내 무슨 이야기인가, 무슨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 단박에 들어오지 않았고, 주인공의 심리를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엄마와 가까웠던 주인공이 점점 엄마와 거리감을 느끼고 있고, 종종 엄마를 속이는 행동을 하며, 젊은 나이에 죽은 아빠가 어떤 여자와 떠나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된 것 등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모호한 분위기가 흐르고 알 듯 말 듯, 일어날 듯 말 듯한 사건들이 계속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의사소통이 안 되고 있는 상황. 가장 가까워야 할 부모와 자녀 간에 가장 높은 벽이 가로막혀 있고, 서로 그 상황을 잘 알면서도 일부러 외면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고, 같은 세계 속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다른 세계 속에 사는... 사춘기 소녀의 심리 구조와 타자와의 관계를 이 소설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그 시절에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혼자만의 세계 속에 빠져있지 않았던가.
그리고 현재를 들여다보면, 열다섯 살이 된 내 아이도 지금 이런 상황을 겪고 있지 않은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높은 벽은 나와 아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 벽이 결코 영구적이지 않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점점 더 높아지지 않기를 바라며, 좀더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보자고 내 자신에게 주문을 걸고 있다. 누구나 겪는 것이니 아무 것도 아니라고 치부하기 보다는, 누구나 겪는 것이지만 그 때가 가장 어렵고 혼란스러운 시기임을 아이도 어른도 함께 인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쓰고 보니 나 자신을 향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