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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김삿갓 - 바람처럼 흐르는 구름처럼
이청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김삿갓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던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팔도 강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방랑시인의 이미지는 사실 팔자 좋은 양반이라는 상(像)을 갖게 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출세가도를 달리지 못한 데에는 무슨 곡절이 있다던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그 정도의 배경 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김삿갓, 김병연을 소설로 만났다.
소설의 시작은 홍경래의 난. 뜬금없이 왠 홍경래의 난인가, 비슷한 시대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라 장황하게 풀어 놓나 싶더니, 놀랍게도 김삿갓과 연결된다. 김삿갓이 과거 응시를 포기하게 되고 방랑의 계기가 된 쓰라린 사건. 영월 백일장의 시제는 홍경래의 난에서 치욕스러운 행위를 했던 어떤 인물의 죄과를 논하라는 것이었고, 명문으로 1등으로 당선된 김삿갓은 그가 논한 죄인이 바로 그의 조부임을 알게 된다.
그를 평생 주유케 했던 것은 씻을 수 없는 패륜을 저질렀다는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실력이 있어도 절대로 주류 사회에 편입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었을까. 소설 속 그의 행적을 뒤따라 가보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한편 안타깝게 생각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좀더 멋진 선택을 할 수 없었는가 하는. 그러나 그건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았기 때문은 아닌지.
역사 소설을 읽는 재미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의 생애를 놀랍도록 생생하게 추적해볼 수 있었고, 18세기 전반의 시대상을 간접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특히 효명세자와의 만남 부분은 픽션일지라도 가장 흥미로운 설정이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초점이 김삿갓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또 하나, 김삿갓의 절묘한 시를 소설의 여러 장면에서 만나게 되는 재미는 빠트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