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아들이 아니다 - 할머니가 들려주는 딸들의 역사 아이세움 청소년 1
비프케 폰 타덴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할머니가 손녀에게 묻는다. “네가 만약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중에서 태어날 수 있는 나라를 고를 수 있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겠니?” 막연하게 민주주의가 발전했던 그리스의 아테네가 여성에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면 오산. 그리스는 시민 남자들만의 천국이지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로마에서 여성은 열두 살이 되면 결혼하는 경우가 흔했고, 지참금과 재산 상속을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딸도 많았으며, 상류층이 아니라면 결혼도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이 책은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된 ‘딸들의 역사’이다. 고대로부터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역사는 새롭고 낯설게 느껴진다. 여성의 지위를 따지기 전에, 여성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 실체를 구성하기조차 쉽지가 않단다. 그 이유는 자료가 없다는 것. 남겨진 자료들은 남성들의 자료이니, 여성사를 복원하는 시작 지점부터 충격적이다. 자료가 조금 있다는 중세 이후로 가볼까. 중세 시대에 수녀원이 번성했던 이유는 지참금이 부족한 상류 여성들을 수용하였기 때문이고(이러한 수도원에도 돈을 내야 했다고), 근대에 이르러 새로 생겨난 ‘가정 교사’라는 직업은 지참금 없는 여성이 택할 수 있는 직업이었다.


   이 책은 유럽에서의 여성사이면서, 생활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여성의 역사에서 떠오르는 중세의 마녀 사냥, 근대의 참정권 획득 운동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은 오히려 찾아볼 수 없다. 시대마다 여성의 의복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여성의 가정과 결혼 생활, 전설과 소설 속의 여성들에 대한 설명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여성의 역사는 전체 역사를 모르고서는 파악할 수 없다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도 언급하고 있다. 지은이가 미리 밝히고 있듯이 유럽 세계에 국한된 여성사라는 점, 그 중에서도 근현대의 비중은 다소 약한 점은 아쉽다. 


   ‘딸은 아들이 아니다’라는 제목과 ‘청소년’ 도서라는 분류를 보고 중학생 딸에게 읽어볼 것을 권했다. 아이는 몇 장 읽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이 아니라면서 되돌려준다.  엄마도 썩 재미있게 읽어 내려간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내용들과 생각할 점들이 많았다. 청소년 도서로 읽히기 위해서는 좀더 가독성을 높이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이를테면 할머니와 손녀의 말이 활자체로 구분되기는 하지만 색상 또는 명암으로 구분되었으면 더 확연했을 것이고, 자주 등장하는 여성의 옷에 대한 설명에는 그에 맞는 삽화가 있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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