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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 ㅣ 역사를 만든 사람들 8
브리지뜨 라베.미셸 퓌에크 지음, 신혜정 옮김 / 다섯수레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두 차례나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 과학자’라는 이 책의 부제 정도로만 그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그녀의 생애와 여성의 삶, 식민지 국가의 상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러시아의 식민 지배를 받았던 폴란드의 암울한 상황에서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우리의 과거를 투영해볼 수 있었고, 여성에게는 고등교육의 기회 자체가 없었던 100년 전, 그녀가 선택한 진보적인 국가 프랑스조차도 여성에게 강의의 기회를 주는 것을 주저했다는 점 만으로도 여성의 역사를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다.
최초의 여성 노벨상 수상자, 최초의 여성 물리학 박사, 최초로 소르본느 대학 강단에서 강의한 여성 학자라는 타이틀 뒤에는 그녀의 치열한 삶이 있었다. 그녀가 끊임없이 추구했던 목표와 노력,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한없이 존경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다는 이중적인 생각이 드는 것은, 나와 내 아이가 그녀와 같은 여성이기 때문일까. 그녀가 남긴 것은 라듐이 아니라 희망이었고, 세상의 편견으로부터의 자유였다. 자신이 원하는 삶은 아니었겠지만 여성으로서 과학 분야에서 선구자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제는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작고 아담한 사이즈의 이 책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위인전이다. 러시아 장학사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학교가 발칵 뒤집히는 상황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소설을 읽는 듯 했고, 마리 퀴리의 힘겹고 도전적인 삶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녀의 삶과 고민들, 중요한 사건과 계기들을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점은 가장 마음에 드는데, 단 아이들에게 다소 어려운 용어 (이를테면 ‘고등교육’-‘대학교육’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쉽다) 가 간간이 눈에 띄는 것이 아쉽다. 실사를 수록하면서도 그림처럼 처리한 부분, 책을 빨리 넘기면 그림이 살아나서 움직이는 듯이 보이는 하단부의 그림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으로는 다섯수레의 <역사를 만든 위인들> 시리즈에 호감을 갖게 한 책으로, 유치원과 저학년 대상의 위인전 그림책에서 한 단계 올라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