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만든 귀 바우솔 작은 어린이 6
이규희 지음, 이춘길 그림 / 바우솔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전공을 보고하기 위해 우리 민족의 귀와 코를 잘랐다는 끔찍한 사실과 그것들이 일본에서 무덤으로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은 어린이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소재인 ‘귀무덤’을 다룬 아동 소설이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일상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는 남자아이 수영. 아버지를 따라 종가 집에 갔다가 조상의 일기를 통해 임진왜란 때 죽은 노비 김개동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주인을 지키는 과정에서 일본군에게 죽임을 당하고 귀를 잘린 그는 400여년이 지나 수영이에게 자신의 귀를 찾아 달라고 했던 것. 김개동 할아버지의 넋을 달래기 위해 수영이는 일본 교토에 있는 귀무덤에서 흙 한덩이를 가져오는데...

 

  전쟁의 와중에 벌어지는 비인간적인 행위, 그리고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태도를 보면서 가슴 속에 분노를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어쩌면 일본에 대해 무조건적인 적개심을 가지게 하는데 그칠 수도 있으나, 이 책에서는 화해의 여지도 열어두고 있다. 과거 조상이 저지른 잘못을 사죄하기 위해 삼대째 귀무덤을 돌보는 어느 일본인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의미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 아동 문학의 소재가 매우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대문형무소에 있는 통곡의 미루나무를 소재로 한 [슬픈 미루나무]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인데, 역사 속에서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어린이들에게 소개하고자 하는 경향이 많아진 듯 하다. 의미 있는 시도임은 분명하나, 혹시나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끔찍하다’는 인상만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도 없지는 않다. 그리고 귓병의 원인을 점쟁이에게서 찾는 부분도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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