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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왜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나 ㅣ 그림책 보물창고 27
잰 브렛 글.그림, 이순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개는 왜 사람과 함께 살게 되었나?
호기심을 잔뜩 불러일으키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이야 야생의 늑대가 길들여져 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잘 모르는 이야기가 아닌가. 게다가 표지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아주 아주 오랜 옛날 한 소년이 개에게 목걸이를 달아주는 모습이 책의 내용을 상상하게 만드는데, 우리 아이도 책을 집어들고 얼른 읽어달라고 재촉한다.
때는 신생대 홍적세. 도대체 언제쯤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시기다. 아이는 자연사박물관에서 보았던 암모나이트가 있었던 시대냐고 묻는데, 일단 매머드가 살았던 시대임은 확실하다. 자루 속에 코뿔소 갈비를 짊어지고 동굴로 신나게 걸어가는 소년 킵의 모습은 영락없는 원시인. 털가죽 옷과 가죽 신, 가죽 자루, 돌창과 돌칼은 생생하게 선사시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킵은 늑대가 따라 오거나 말거나 혼자서 코뿔소 갈비를 먹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지만, 늑대는 세 번이나 킵을 위험 속에서 구해준다. 코를 벌렁거리고,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번쩍이면서 무서운 짐승이 다가오는 것을 경고한 것. “늑대야, 네가 만약 네 예민한 코와 밝은 귀와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위험에서 지켜 준다면, 불에 구운 코뿔소 갈비랑 매머드 고기를 나눠 줄게. 약속해” 이 말에 좋다는 뜻으로 꼬리를 흔드는 늑대에게 ‘개’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킵. 당연히 아이는 이 대목에서 “진짜야?”하고 묻는다. 엄마의 대답은? 그럼, 진짜지!
선사시대의 모습을 재연한 사실적인 그림이 인상적인데, 액자형 그림이라고 하나, 각 페이지마다 그림의 가장자리 부분에 그려진 동굴 벽화며 화석, 다양한 배경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위험으로부터 사람을 지켜줌으로써 사람과 함께 살게 된 개의 이야기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를 키우는 요즘의 상황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들게 하지만, 책에 나오는 개의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며 아이들이 또 개를 키우자고 조르지 않을까 살짝 걱정스럽기도 하다.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일종의 지식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