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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풍경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바닷가에 있었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관광지로서의 바닷가가 아니라, 치열하게 살아 숨쉬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바닷가 말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건져 올리기 위해 분투하는 탐욕의 대상으로서의 바다가 아니라, 그 안의 생명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될 수 있고 그들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그런 바다 말이다. 이 책에서 그 바다의 넘치는 생명력을 사랑하고, 어부로 살았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소년 소키치와 그가 보여주는 세계를 만났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소설로는 다섯 번째 읽어보는 작품.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에서 깊은 인상을 받은 후 그의 소설을 아이와 함께 찾아 읽었다. 역시 그의 문체와 작품 스타일답게 짤막한 문장과 자주 등장하는 대화체는 책을 빠르게 읽어가게 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어린 아이와 노인들은 그가 소중히 여기는 존재가 누구인지 다시 한번 보여주며, 또한 단골 무대로 등장하는 학교와 다양한 유형의 교사들 또한 학교를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의 소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호흡이 짧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2권 분량이 약간 지루하다는 점은 아쉬움. 조금만 더 압축적인 전개를 보여주었으면 좀더 만족스러웠을 것 같다. 아버지의 행적을 ?아가는 소키치의 여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면서도 다분히 예상되는 결말이라는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하이타니 겐지로 특유의 향취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이었기에 푸근한 마음으로 읽혔고, 다시금 인간과 생명에 대한 오래된 고민을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구절
* 진정한 평등은 오직 우정 속에서 생겨나는 게 아닐까
* 생명을 먹여 살리는 일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일과는 달라
* 아이들과 노인들은 결코 불행해서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