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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월 1 - 그대가 하늘이오
허수정 지음 / 시골생활(도솔)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동학의 2대 교주 해월(海月) 최시형. 동학의 창시자 최제우와 동학농민운동의 지도자 전봉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고, 삼일운동 때 민족대표로 참가한 동학의 3대 교주 손병희에 비해서도 지명도는 낮은 듯 하다. 이름 석자 정도만 알고 있던 최시형을 소설 해월로 만났다. 책을 읽으며 그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던 19세기 후반의 조선 사회에 나도 함께 있었고, 민초의 삶, 그리고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혈기왕성한 젊은 날의 최시형과 파락호로 주유하던 흥선대원군 이하응과의 만남, 악연으로 시작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김하원과의 질긴 인연, 동학의 세계를 열어준 최제우와의 만남과 동학에의 입도... 그리고 안동김씨의 세도정치, 진주 농민 봉기, 흥선대원군의 집권과 하야,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등 19세기 후반 조선 사회의 굵직한 사건들이 최시형의 삶과 유기적으로 관련을 맺으면서, 마치 픽션이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 일으켰다.
동학의 교리에 대해서는 인내천(人乃川) 사상과 유불선 3교를 혼합한 민중 종교라는 정도 외에는 잘 알지 못했는데, 시천주(侍天主)를 포함한 열석자 주문이 상징하듯 내 마음 속에 한울님이 있다는 믿음이 가장 중심임을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한울님을 모실 수 있기에 관용과 포용을, 그리고 비폭력을 주장하게 되고, 이것은 전봉준의 동학농민운동 때 최시형이 무력 투쟁을 반대했던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출세에 대한 갈망과 동학에 대한 증오심이 결합된 양반 김하원, 천주교 신자에서 무지막지한 폭력의 선봉에 서게 된 정한철, 일본인 검객으로 최시형에게 끌리게 되는 아사쿠사 등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극적 재미를 더한다. 다만 일본의 상황과 연결하는 부분에서 다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최시형이 성인으로만 비춰지는 점, 그리고 그의 죽음이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작스럽게 다루어진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한편의 드라마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흥미로운 역사 소설이었고, 이제는 잊혀진 종교가 되어버린 동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하게 만드는 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