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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갈매기 섬의 등대 ㅣ 좋은책어린이문고 3
줄리아 엘 사우어 지음, 최승혜 그림, 김난령 옮김 / 좋은책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제비갈매기 섬의 등대라. 낭만적인 바다의 일렁이는 물결과 시원스레 하늘을 나는 갈매기들, 그리고 멋스럽게 자리 잡은 하얀색 등대가 눈 앞에 그려진다. 지난 겨울, ‘등대에서의 하룻밤’이라는 숙박 체험이 있다 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청했던 일이 떠오른다. 잠시 갈등이 되었던 기억도 나는데, 등대를 방문하는 것은 당연히 재미있는 경험이겠지만 하룻밤 숙박하는 것은 가족들과 함께라도 약간은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기 때문이다.
등대지기 할아버지는 모스 부인에게 며칠간 등대에 머물러줄 것을 부탁한다. 잠시 친척집에 다니러 오겠다는 것. 모스 부인은 등대지기였던 남편이 살아있을 때 등대에서 오래 살았었고 등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반드시 크리스마스 전까지 돌아오라는 약속을 단단히 받은 후 조카 로니와 함께 등대로 떠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날이 다 되어도 등대지기 할아버지는 오지 않는다.
일생에 단 한번 조카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은 등대지기 할아버지. 그러나 결코 크리스마스를 등대에서 보내고 싶지 않은 로니. 그러나 로니는 마음을 연다. ‘이 등대는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하기에 세상 그 어느 곳보다도 멋진 곳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누군가를 속여야 했던 사람과 자신을 속아 넘어가게 만든 사람을 용서하는 사람을 지켜보며 사랑과 용서라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에 제비갈매기 섬 등대의 불빛을 환하게 밝혔던 시간은 평생 외로웠던 한 사람에게 큰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큰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어린 아이에게도 또한 그 시간은 귀중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지 않았을까. 지나가는 배의 눈의 되어 환하게 길을 인도하는 등대의 불빛이 떠올랐던 잔잔하고 따뜻한 느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