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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 기젤라 ㅣ 풀빛 그림 아이 36
니콜라우스 하이델바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7년 3월
평점 :
아빠와 딸이 둘만의 여행을 떠난다. 참 좋겠다. 좋은 아빠를 가진 행복한 딸이네. 바닷가에 여장을 풀고, 바다 위에 유유히 떠있기도 하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맛난 음식도 먹는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겠다. 언니가 있는 우리 아이도 아빠 또는 엄마와 단둘이 떠나는 이런 여행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는 마냥 부러운 느낌만 든다. 갑자기 아이와 둘만의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유유자적하고 한가로운 분위기의 장면들을 지나 맞이하게 되는 갑작스러운 전환. 아빠가 딸 아이에게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한 줄씩만 나오던 텍스트가 갑자기 한 장 가득 빼곡하게 채워진다. 책을 읽어주는 엄마도 책을 함께 읽던 아이도 순간 당황하게 되는데, 더욱 놀라운 마음이 들게 한 것은 바로 이 대목부터. “기젤라라고 하는 어린 소녀가 있었어. 무척 부자였지” “저랑 좀 비슷하네요”
부자라는 점이 비슷하다고? 심상치 않은 도입부로 시작한 기젤라의 여행 이야기는 며칠간 이어지고,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결말을 보여준다. 참으로 독특하다. 표류한 섬에서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미어캣의 주인 노릇을 하던 기젤라. 여왕 대관식을 거행하던 날, 미어캣의 저주로 영원히 바다를 떠돌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 무슨 뜻인가. 이 책을 보고 또 보는 아이는 딱 한마디 한다. 이 책 진짜 특이해.
부녀가 여행을 떠날 때 창가에서 손을 흔들던 아기를 안은 엄마, 그리고 그림자만 보이는 세 명의 아이들은, 부녀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비로소 집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그들을 맞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액자형 구조를 지닌 책으로, 부녀의 여행과 여왕 기젤라의 이야기는 언뜻 보기에 전혀 관계가 없는 것 같지만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은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분명하게 다가온다. 그 관계를 상상하고 풀어내는 것은 독자의 몫. 나도 한마디. 이 책 정말 독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