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태왕릉비 - 위대한 제국 고구려 역사를 아로새긴
김용만.이향숙 지음, 정준호 그림 / 열린박물관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광개토태왕릉비’라는 책 제목을 순간적으로 ‘광개토대왕릉비’로 잘못 읽었다. 책을 읽어보니 광개토태왕의 아들 ‘장수왕’도 ‘장수태왕’으로 호칭하고 있다. 중국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연호를 영락이라 했고, 죽어서 무덤의 비석에‘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는 시호를 가진 왕. 책의 제목을 통해서 이제 새로운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이 책은 묘를 지키는 ‘수묘인’의 아이가 화자가 되어 광개토태왕의 업적과 무덤, 비석 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고구려 사회에서 수묘인이 상당수 존재하였고, 그들 간에도 역할이 나뉘어 있었으며, 고대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같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서술된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흥미를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


  광개토태왕릉과 비석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무덤과 비석을 축조하는 전통 기술과 정성에 대해 새삼 경외심을 가지게 되고, 비문에 새겨지는 내용들을 통해 고구려의 역사와 태왕의 업적에 대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광개토태왕릉비가 훈적비이면서도 ‘고구려의 역사를 새긴 바위책’이라는 설명은 쉽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기게 하였다. 또한 무덤의  축조 기술과 고구려의 군대 조직과 무기 등을 설명한 [과학돋보기] 코너가 알차게 읽혔다. 


  이 책에서 내심 놀라웠던 부분은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들었던 비문 해석의 부당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인이 비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은 거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인데, 이 부분은 아직 정설로 밝혀진 바가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고 본다.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대한 대응을 놓고 시끄러운 상태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정확하고 세밀한 역사 연구가 꼭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구려사를 포함하여 고대사 분야는 역사학에서 아직도 개척 단계에 있는 것이 솔직한 평가일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기술되고 있지만 차분한 설명형의 표현들은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 그러나 꼼꼼하게 읽어볼수록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하여 과학적 요소들과 역사적 상상력을 접목시켜 여러 코너들에 적절히 내용들을 배치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열린박물관의‘과학과 상상력으로 만나는 우리 문화유산’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같은 시리즈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는 생각도 갖게 만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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