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대망'의 제목을 익히 들어보긴 했으나 읽어보지 못했다.
32권이라니, 매니아가 아니라면 맘먹기 어려운 권수다.
만화로 나온 대망은 13권 짜리라고 하니, 권수도 만만하고 만화라는 점 때문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1부 1권의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처음엔 연신 앞장을 넘겨봐야 했다. 태백산맥에 100명이 넘는 주요 등장인물이 나온다는데, 이 책도 아마 그 정도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은 일본 이름 때문에 애를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꼼꼼히 두번만 읽어보시라... 가문 이름과 사람 이름이 바로 입력된다.
내용은 흥미로웠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약자는 강자 앞에 굴복하여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일본의 전국시대. 특히 무사 계급의 시대 답게 무력이 가장 중요한 시대라는 인상을 주었다. 우리와는 다른 특색을 가진 문화적 요소가 많이 느껴졌고, 인간에 대한 관점도 많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의 정실을 빼앗는 일, 가문이 대립한다고 하여 이혼시키는 일은 비슷한 시기 우리의 조선시대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만화의 그림은 유치한 듯(?) 하면서도 그림보다는 텍스트 위주로 읽혔기 때문에 그다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림 가운데 가장 놀라웠던 장면은 남녀의 목욕 씬 - 직접 보아야 한다....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은 나름대로 주옥같은 대사들이 간혹 눈에 띄였다는 점이다. 원전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까. 인생에 관하여, 사람에 관하여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하는 글들이 꽤 있었다.
1권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쯤에는 2권을 어서 사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아직 갓난아기 울음소리 밖에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