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결사문, 지눌이 밝힌 선정과 지혜의 길 청소년 철학창고 17
지눌 지음, 서정형 풀어씀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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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조국사 지눌. 고려 전기 대각국사 의천에 의하여 교종을 중심으로 선종을 통합한 천태종이 열렸고, 고려 후기에 이르러 선종을 중심으로 교종을 통합하여 조계종을 열고 무신 정권기의 혼탁한 불교계를 정화하였던 인물. 이 정도의 역사적 지식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사실 책 제목도 무척 낯설었을 뿐 아니라, 불교 신자도, 불교 철학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불교에 관련된 책을 사실상 처음 읽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정혜결사문]은 지눌이 정혜사를 창건한 후 정혜결사의 공동체를 위해 만든 책이라 한다. 이 책의 화두는 ‘한마음’. 한마음은 인간의 본성으로 누구나에게 존재하며 본래 완전한 것이다. 그러나 한마음보다 사물이 앞선 세태로 인해, 인간의 본성인 한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었고, 사물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한마음을 회복하는 첫 번째 길이 된다. 한마음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정’이 최고의 방법이며, 그의 유명한 사상인 ‘돈오점수’, 즉 단박에 깨치고 점차로 닦는 일도 그 방편이 된다.

 

  사물이 마음보다 앞서고,  명리가 원칙과 도리보다 중요한 시대. 고려 무신정권기의 혼란하고 타락한 시대가 벌써 수백년이나 지났건만 그 부분이 가장 가깝게 와닿았던 것은 현재와 무관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 본성으로의 회복을 주장하고 그 방법을 제시하는 지눌의 면모에서, 역사적으로 다른 상황 속에서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수많은 상황들이 떠올랐고, 풀리지 않는 과제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다.          


  사실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는 않았다. 불교 특유의 논리 체계와 사유 체계를 이해하기란 낯설게 느껴졌고, 따라서 책의 앞부분에서 불교 용어를 차분하게 설명한 부분이 좀더 인상깊게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렴풋하게나마 지눌 사상의 근원과 요체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가 살았던 과거와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연결하면서 그 연결 고리를 떠올릴 수 있었으니, 불교에 관하여 문외한으로서도 의미있는 수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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