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발가락을 게걸스럽게 핥아대는 털북숭이 멍멍이들,
덥석 손을 내밀어 남의 털을 헝클어 뜨리는 막돼먹은 사람들 사이에
홀로 고양이 사람이 지나간다!
책을 읽기 전, 책의 띠지에 적혀있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보는 '고양이 사람'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일었다. 제목을 보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소녀의 이야기이거나 고양이와 소녀 사이에 벌어지는 이야기이려니 추측했다. 틀린 추측은 아니었지만, 관성을 벗어나는 이야기였다.
책 속 화자인 고양이가 만난 고양이 사람은 민영이. 민영이는 떠돌아다니는 고양이를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3만원에 팔아 넘기는 아이다. 자기처럼 처량하게 살지 말고 좋은 환경에서 살라고 고양이를 보낸다는 말에 잠시 멋지게 생각하기도 했으나, 사실은 돈이 필요했었다는 아이의 말에 오히려 가식이 없다고 느껴진다.
보통 사람들은 서로 할퀴고 물어뜯으면서도 떨어질 줄 모르지만, 고양이 사람은 고양이처럼 필요한 거리를 지키며 혼자 살아가는 당당함을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민영이는 과연 고양이 사람인가? 할머니와 단둘이 살면서 항상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는 민영이. 주위 사람들과 거리를 지키면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 아이야말로 주위 사람들과 할퀴고 물어뜯으며 뒹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기억에 남는, 어쩐지 사실 같이 느껴지는 고양이의 말들 몇가지. 도둑고양이라 부르지 마라. 훔치거나 해하는게 아니라 그저 주워먹을 뿐. 고양이는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을 뿐. 고양이는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유일한 동물. 누구나 자기 자리가 있는 법.
책은 단숨에 읽히고, 여운이 많이 남는다. 소설을 그리 즐겨 읽는 편이 아닌데도 이 책은 느낌이 좋았다. 특히 작가가 밝히고 있는 후기에서,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