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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 중독 - 조직의 도전 정신을 없애는 리더의
로저 마틴 지음, 정철민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책임감 중독이라는 제목 앞에, <조직의 도전 정신을 없애는>이라는 수식어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조직 사회에서 책임감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책임감이라는 것이 조직의 도전 정신을 없애는 부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이해된 개념은 책임감 과잉과 책임감 회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리더가 자신의 역량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을 일방적으로 혼자서 떠맡으면(=책임감 과잉), 함께 책임을 져야 하는 동료나 부하들이 자연스럽게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을 저자는 "책임감 바이러스"라고 명명한 것.
충분히 수긍이 가는 설명이며,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아도 여기에 들어맞는 사례는 얼마든지 떠오른다. "나 아니면 안돼" 라고 생각하는 독단적인 책임감이, 함께 일하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책임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나 또한 책임감 과잉 상태를 보이는 사람 앞에서 내가 부담해야 할 책임감을 슬쩍 내려놓았던 경우가 있었던 것.
책임감 과잉 상태는 종종 책임감 회피 상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공을 위해 혼자서 책임을 떠맡고 열심히 일하지만 실패하여 힘이 빠지게 되면, 실패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게 되고, 결국 최소한의 책임만을 떠맡게 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성공을 향해 나아갈 때에는 내 탓이고, 실패에 직면하게 되면 비로소 남의 탓이라...
저자는 책임감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처방을 의사결정 프로세스, 프레임 실험, 책임 사다리, 새로운 리더쉽과 팔로어쉽의 네가지 측면에서 제시한다. 가장 주목되었던 것은 리더쉽. 오늘날 영웅적 리더쉽을 대표하는 대부분의 리더들은 모든 책임을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고, 감당하기 힘든 책임을 떠맡으려고 하며,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책임을 떠맡는 것은 당연하게 여긴다. 그리고 결과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검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새로운 리더쉽은 대화를 통해 팔로우어와 책임을 나누고, 능력에 맞게 책임을 나누며, 성과에 대해 공개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생산적인 팔로우어라면 역시 이러한 리더쉽에 상응하는 책임과 역할을 가져야 할 것이다.
책임감을 테마로 조직의 문제 상황을 보여주고 해결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새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런데 명확한 주제만큼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