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이사를 하러 여러 집을 알아보던 중, 보자마자 한순간에 마음을 정하게 된 집. 바로 다락방이 있는 집이었다. 다른 아파트와 똑같은 구조이지만 꼭대기 층인지라 천장의 고리를 잡아당기면 계단이 나오는 집이었다. 그리고 엉거주춤 계단을 올라 다락방에 발을 디디니 정말 아늑하고 비밀에 쌓인 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친 순간, '우리 이 집에 살자'라는 말은 굳이 꺼낼 필요도 없었던 것.

  사설이 길었다. [다락방의 불빛]은 책 제목 만으로도 나의 가족에게 왠지 모를 공감대를 형성케 했던 것이다. 표지 그림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 사람 머리에 다락방이?! 그러나 문제는 시집이라는 거. 정확히는 '그림우화'라지만, 시와 그다지 친하지 않은 엄마와 아이들은 이 책을 열어볼 생각이 별로 나지 않았다. 그리고 쉘 실버스타인. 왠지 모르게 큰 아이는 그의 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대하여 별로 좋지 않은 생각마저 갖고 있었으니 책장을 넘기지 못한 채 며칠이 지나갔다.

  엄마가 아이에게 살짝 한마디를 던졌다. 저 밖에 모르는 아이가 기도를 어떻게 했는지 아니? 한번 들어봐, 짧거든...

  하느님,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하거든요.
  제 영혼을 지켜 주시고
  제가 만일 깨어나기 전에 죽거든
  하느님, 제 장난감들을 모두 망가뜨려 주세요.
  다른 애들이 갖고 놀지 못하게요.
  아멘.

  큰 아이가 무심히 듣다가 눈이 반짝인다. 이게 시야? 그 시 옆에 있는 시 [안는 사람]을 보면 이건 더하다. 아기를 안는 일을 아기 위에 앉는 일로 착각하고 있다고? 큰 아이가 냉큼 책을 빼앗아가더니 몰입해서 읽는다. 성공이다~

  쉘 실버스타인의 다른 작품인 [코뿔소 한마리 싸게 사세요]에서 그의 재치와 상상력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에 나오는 글들은 그 범위를 초월한다. 반전의 묘미가 탁월한 글들에서부터 어찌보면 엽기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글들도 있다. 그리고 쉘 실버스타인의 그림. 그의 글을 더욱 기발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가 직접 펜으로 그린 그림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큰 아이가 책을 읽다 말고 동생을 불러 시 한편을 읽어준다. 역시 동생의 반응은 '뒤집어졌다'. 엄마도 엉뚱한 숙제를 하는 [숙제기계]를 읽어주니 입가에 절로 웃음이 번진다. 어느 부분을 펴더라도 만날 수 있는 '뒤집어지는' 글들. 우리 아이도 엉뚱하지만 충분히 그럴듯한 글을 멋지게 쓴다면 이 책이 슬며시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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