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 그 해 여름 사계절 아동문고 56
김정희 지음, 강전희 그림 / 사계절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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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 속에서, 지하철 속에서, 은행에서 차례를 기다리면서 이 책을 읽었어요. 결국엔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흘렸어요...
 
  노근리의 무시무시한 학살현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 소녀 은실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전쟁과 가족 이야기입니다. 전쟁이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 전쟁의 와중에서 평범한 삶이 어떻게 흔들리게 되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절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혹시나 은실이가 자라서 노근리 문제에 앞장서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끝나고 은실이가 어린 동생을 보듬는 것으로 끝나지요. 오히려 계몽적이거나 작위적이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공감을 주는 내용이었어요.   
 
  미군도, 인민군도, 국군도 지켜주지 못한 은실이네 가족.
  오히려 고단하더라도 평화롭게 오손도손 살아왔던 은실이네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사람들이었죠.
 
  저 또한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이기에 그동안 전쟁을 막연하게 생각했던 점이 없지 않아요.  전쟁의 원인과 과정에 관한 다분히 거시적인 부분에 약간의 지식과 관점이 있었고, 기껏해야 영화로 보았던 <웰컴 투 동막골>의 감상적이고 다분히 낭만적이기도 한 그런 느낌 정도? 이 책을 읽어보니 전쟁의 고통과 상처가 생생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어요. 친가에 놀러간 아이가 주말에 돌아오면 꼭 읽어보게 하려구요. 저보다 더욱 거리감을 느낄 전쟁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지 궁금합니다.
 
  노근리 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때가 1950년 7월 25일 경이라고 해요. 그 무더위 속에서 지옥같은 죽음의 공포를 겪어야 했던 나와 똑같은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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