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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정말 위한다면 칭찬을 아껴라
이토 스스무 지음, 황소연 옮김 / 책씨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돌고래 쇼를 보면 조련사는 항상 먹잇감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다가 돌고래가 멋진 연기를 선보일 때마다 먹잇감을 준다. 그 장면을 보면서 늘상 들었던 의문이 있었다. 먹잇감을 주지 않는다 해도 돌고래는 열심히 연기를 할까? 돌고래가 춤을 추는 것은 딱 거기까지가 아닐까?
이 책은 '칭찬 교육'에 대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교육심리학자가 쓴 책이다. 교육심리학에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주제가 '칭찬'이 아니었던가. 자극, 보상, 강화... 저자는 이러한 기제들이 잘못된 결과를 낳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칭찬 교육은 '도구적 조건 부여(instrumental conditioning)'에 바탕을 둔 교육법이고, 이것은 교육의 근본 목적에 합당치 않다. 교육이란 '자립 지원'이 목적이며, 학습을 하기 위한 '자발적 열정'을 부추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칭찬 교육은 자발적 열정을 강제적 열정으로 바꾼다. 칭찬을 하면 그 행동을 하겠지만, 칭찬을 하지 않으면 그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 칭찬 때문에, 혹은 칭찬을 바라고 어떤 행동을 했을 때에도 결국 그것은 자신의 의지나 열정에 의한 것이 아니다.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려면 시답지 않은 칭찬을 중지하라!
'칭찬 교육'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일방적인 비판에만 그치지 않는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쌍방향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과 창조적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찌 보면 저자는 교육을 '받는' 수동적인 학습자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의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학습자의 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이러한 관점은 전통적인 교육심리학계에서는 비주류에 속할 것이나, 새로이 부상하고 있는 평생학습론의 입장에서는 환영받는 이야기일 듯 하다.
일본인이 쓴 글이라 그런지 매우 분명하게 읽히고 문장은 짧고 명확한 편이다. 페이지가 술술 넘어갈 정도. 나름대로 분명한 교육 철학에 터하여 무분별한 칭찬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육아를 '매뉴얼 대로' 하지 말라는 충고도 맥이 통하는 이야기. 그러나 약간은 억지스럽다는 느낌도 받게 되는데, 잘못된 사례를 칭찬 교육의 결과로 싸잡아 설명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단 한번의 인상적인 칭찬의 경험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거나 자아존중감 형성에서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에 따르면 그러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칭찬'이 아니라 '솔직하게 말한 것'이라 한다. 즉 '잘했다'는 칭찬 일변도의 말이 아니라 예컨대 '비판 정신이 투철하군' 이라는 솔직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칭찬'과 '인정', 그 차이를 지적하는 것 같다.
종이 한장 차이지만 과연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인가. 갑자기 최근에 보았던 돌고래 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조련사들은 쇼가 모두 끝난 후 돌고래와 함께 물 속에 뛰어들어 예정에 없는 환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것은 돌고래와 조련사가 일체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이것은 입에 발린 '칭찬'이나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넘어선, 자기 스스로를 '존경'하는 최고의 경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확실히 진정한 동기는 칭찬이 아닌 다른 것에서 온다. 칭찬은 보조적으로 효과가 있을 뿐, 그 자체가 목적은 분명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늘 몇 번을 칭찬했느냐는 아이도 원치 않는다.
오늘 아이가 납득할 만한 칭찬을 몇 번을 했느냐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