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제도와 한국 근대교육의 재인식
김경용 지음 / 교육과학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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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조선시대의 과거는 과연 양반들의 전유물이었나?
과거를 준비하는 교육은 득보다 폐해가 많았는가?
과거 응시에 있어서 부정부패가 만연했었나?

일반적으로 과거제에 관한 이해는 긍정적이지 못하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 베트남 정도에 관리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지 못한 서양에서는 과거제의 존재 자체를 매우 놀랍게 생각하고 높이 사고 있다. 그러나 과거제는 우리 역사속에서 그다지 긍정적이지 못한 제도로 묘사되기 일쑤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학과 교육사학의 기존 통념을 깨는 저자의 시도를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에 있어서의 양반특권론이 왜 문제가 있는 인식인지, 사료에 입각하지 않은 채 역사학계의 학문적 성과를 되풀이하는 교육사학계의 문제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저자에 의하면 과거제는 천인이 아니라면 누구에게나 그 통로가 열려져 있었고, 이것은 명목상의 개방이 아니라 실질적인 개방이었으며, 소수의 가문에 의해 독점되지 않았음을 철저하게 사료를 근거로 하여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 서얼의 자손에게도 과거 응시자격이 개방되었는가, 조선 후기에 제기된 과거제 개혁론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의 일반적인 학계의 의견과 상당히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과거가 현재의 과열된 대학입학시험의 연원이었고, 망국적인 학벌중심사회를 조장한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과거라는 전통이 있었기에 국민들에게 교육적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고, 바로 과거로 인해 조선을 성취적인 사회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과거를 바라보는 간격은 실로 극과 극이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문제 제기를 교육사에 있어서 새로운 접근이라 생각하며, 매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이 철저한 사료 탐구와 분석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교육사학계에서 이와 같은 새로운 접근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 교육사의 위상이 비로소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인상깊은구절]
이 연구는 조선에 대한 합리적 이해를 모색한 것이다. 조선의 어제가 아닌, 조선의 오늘과 내일을 위한 것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조선의 내일은 엄연히 실존했던 조선의 어제와 그에 대한 오늘의 해석으로써만 밝혀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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