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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장어덮밥은 아빠가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 아빠 대신 이제 우리 집의 남자인 내가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말하지 않기로 했다.
여자가 생긴 후 집을 나간 아빠를 대신하여 식구 중에서 유일한 남자가 된 나. 엄마, 동생은 여자고 나 혼자 남자다. 나는 이제 이 집안의 유일한 남자로서 아빠 몫까지 해야 한다. 그런데 먹는 음식에서 유독 이런 생각이 나는 것은... 내가 아직도 어리다는 증거인가?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줌 좀 싼 걸 가지고 울면 안돼. 강하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단 말이야.
동생과 둘이서 전철을 타고 가던 중, 화장실에 가던 동생이 결국 옷에 오줌을 싸고 말았다. 나는 정색을 하고 똑바로 말했고, 동생은 오빠가 갑자기 어른 같이 말하니까 이상하다고 한다. 이상하다니! 나는 강하고 씩식하게 세상을 살거란 말이야.
"우산 빌려가면 다시 돌러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갑자기 찾아온 아빠. '갈게' 한마디를 남기고 빗 속을 뛰쳐 나간 아빠를 붙잡고 싶었다. 내가 건네주는 우산은 받지 않을까봐 동생을 시켜 뒤따라가게 했는데, 결국 아빠는 우산을 거절했다. 빌려가면 돌러주러 와야 하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아빠는 영영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다.
확실한 것은 난 아빠의 아들이고 언제든지 아빠 편이라는 사실이다.
이상하다. 나에게 잔소리를 하려드는 아빠 후보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제 아무리 신나게 놀아 주고 구경시켜 주더라도. 나에게는 이미 아빠가 있는 걸. 그건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어느새 엄마는 아기 코끼리를 타고 붉은 태양 위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기계치인 엄마로 하여금 운전 면허를 따게 하고, 세상 속으로 용기있는 발걸음을 내딛게 한 노란 코끼리. 결국 수명을 다 하여 폐차시킬 운명이지만, 우리 가족에게 너는 최고의 친구였다. 엄마는 이제 웃으면서 씩씩하게 살 수 있어. 나와 동생도 엄마와 함께 행복하게 잘 살거야. 노란 코끼리, 정말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