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파랑새 사과문고 55
이상배 지음, 김세현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한국의 전통 사회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무거운 주제를 건드리지 않는듯 하다. 유아 및 저학년 대상의 전래 동화는 열외로 하고, 우리의 민족 정서를 다룬 문학 작품이라면 어떤 분야에서 최고의 노력을 경주하는 장인 정신 (사금파리 한조각) 이라던가, 일제강점기의 민족 정서 (마사코의 질문), 그리고 서로 도우면서 살아가는 협동 정신 정도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경향과는 달리, 이 책은 가진 자와 못 가진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최근의 사회적 문제를 다룬 어린이 문학에서 비판적 시각을 보여주는 책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전통사회에 대하여 이러한 종류의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책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다.

이 책의 제목, 리랑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부모로부터 물려진 머슴의 운명은 발버둥쳐도 헤어날 수 없는 꼬리표이다. 마음을 터놓게 된 친구인 성부 또한 지주의 욕심으로 인해 같은 처지에 놓여 있고,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그들의 같은 주인인 김 좌수는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는 전형적인 악덕 지주로, 흉년이 들었을 때 종자 씨앗까지 갈취하는데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에 분노한 리랑과 다른 노비들, 그리고 소작인들은 드디어 들불처럼 일어나게 된다.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는 머슴의 생활과 이에 대비되는 지주의 끝없는 탐욕은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온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손에 땀을 쥐는 이야기 전개에 푹 빠지는 경험을 나도 우리 아이도 똑같이 경험하였다. 책을 읽은 후 남는 강한 여운은 다른 어린이 문학에서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것이라고나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민족의 노래인 아리랑을 통해 한 몸으로 일어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 책에서 풀어내는 다양한 우리말도 구색 맞추기로 보이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난 소감을 물으니 아이는 "새로웠다"고 한다. 새로운 어린이 전통 문학 작품을 내놓은 저자의 시도는 누구에게나 깊은 인상을 줄 것 같다. 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는 아이들에 따라 다른 느낌과 반응을 가져올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역사책 속에서 이처럼 생생한 이야기를 만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쉽게 접하기 여러운 주제라는 점에서, 역사의식과 비판적 사고력을 형성해가는 초등 고학년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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